아내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아내에게 책상이 없다보니 주방 식탁 위에 읽는 책들로 쌓이게 됩니다. 그 위로 우편물과 고지서 등으로 덮여집니다. 나는 그 식탁을 보고 있노라면 불만이 생기면서 화가 올라옵니다. 말을 안 하고 있다가 한 번씩 아내에게 식탁을 치워달라고 하면 조금은 치웁니다. 넓게 어지럽혀 있던 책들과 우편물을 높게 쌓아서 식탁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을 약간 넓힌다든지, 혹은 책들을 거실에 있는 탁자로 옮겨놓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치운 것이 아니고 옮겨 놓은 것이며, 쌓는 방법을 다르게 한 것뿐입니다. 그래서 어느 날 아내를 위해서 책상 하나를 구해다 서재에 있는 내 책상 옆에 나란히 놓았습니다. 아내의 책상을 이용해서 책들과 우편물들을 정리하라고요. 며칠간 그런대로 깨끗하게 치우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다시 식탁 위에는 책들과 우편물들로 덮여졌습니다. 내가 조금씩 치우기도 합니다. 아내와 나의 성격과 생각과 은사는 달라도 많이 다릅니다.
베드로는 자신의 생각과 편견과 율법 때문에 이방인들을 외면하면서 살았습니다.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에 사도의 사명을 힘있게 감당하는 상황에서도 이방인들을 외면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베드로에게 환상을 보여주시면서 이방인인 백부장 고넬료라는 사람을 만나게 하십니다. 고넬료는 베드로를 만나서 하나님의 사자가 나타난 것을 말합니다. 베드로는 “하나님은 사람의 외모를 보지 아니하시고 각 나라 중 하나님을 경외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은 다 받으시는 줄 깨달았도다”(행10:34~35)고 고백합니다. 베드로는 고넬료와 이방인들에게도 예수님을 전합니다. 베드로가 예수 그리스도를 전할 때에 말씀 듣는 사람들에게 성령이 임하십니다. 베드로와 함께 온 유대인 성도들은 이방인들에게도 성령 부어 주심으로 말미암아 놀라게 됩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이방인들에게도 세례를 베풀게 됩니다. 이 사건은 이전까지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베드로는 처음에는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세 번이나 환상을 보여주시면서 ‘먹으라’는 명령을 하십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주여 그럴 수 없나이다 속되고 깨끗하지 아니한 것을 내가 결코 먹지 아니하였나이다'라고 거절합니다. 하나님의 명령인대도 자신의 생각과 경험에 입각해서 먹을 수 없다고 세 번을 거부합니다. 그때까지도 베드로는 하나님의 말씀보다 율법, 전통, 습관, 생각, 경험을 더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옳지 않은 편견이었습니다.
우리도 자신의 판단만이 옳다는 생각을 벗어나야 합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과 편견으로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것의 기준은 하나님입니다. 구약에서 보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어떤 경우에는 ‘다 진멸하라’고 하셨습니다. 진멸하라는 말씀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 죽이라는 말씀입니다. 그 귀한 생명을 다 죽이라고 하신 것은 윤리적인가요, 비윤리적인가요? 전쟁을 하는 것은 잘 하는 것인가요, 잘 못하는 것인가요? 분명한 것은 하나님께서 죽이라고 하셨다면 그것이 진리입니다. 그러나 죽이지 말라고 하셨다면 그것이 옳은 것입니다. 하나님이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자신 있게 '예' 할 수 있나요? 우리는 순종한다고 하면서 우리가 정해 놓은 원칙, 판단을 더 중요하게 여길 때가 많습니다. 자신이 생각해서 맞는 것, 바른 것, 유익한 것만 순종하려고 합니다. 때로는 ‘어쩔 수 없어요’ ‘나만 한다고 뭐가 바뀌는 것이 있겠어요?’라고 하면서 고정 관념, 습관을 버리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욕심, 욕망, 이기심을 하나님 앞에서 내려 놓아야 합니다. 우리의 구습을 따르는 옛 사람을 벗어버려야 합니다. 하나님이 하라고 하시는 말씀에 순종할 때 하나님의 역사에 동참하게 됩니다. 불순종은 하나님의 역사를 방해합니다.
자신의 성격과 생각과 은사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말이 느린 사람이 있고 빠른 사람도 있습니다. 말이 없는 사람이 있고 많은 사람도 있습니다. 머리를 잘 쓰는 사람이 있고, 마음을 잘 쓰는 사람이 있고, 의지를 잘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공부를 잘 하는 사람, 운동을 잘 하는 사람, 예술을 잘 하는 사람 등 사람마다 받은 은사가 다릅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닙니다. 세대, 이성, 장애, 인종, 피부색의 편견을 갖고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다양한 문화를 가진 외국인들과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편견은 악한 것이며 하나님이 결코 원하시지 않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성령의 도우심으로 모든 편견을 뛰어넘어 전파됩니다. 우리도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는 삶을 위해서 우리의 편견이나 고집을 내려놓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복음을 거부할 것 같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했을 때 잘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생의 결정과 판단, 그리고 복음 전파에 있어서도 기준은 하나님입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