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1932년 발표)라는 단편소설에서 자기 아들일 것이라고 믿고 싶어서 작은 증거라도 찾으려는 생식 능력을 잃은 한 남자가 나옵니다. 그래서 그가 데려 온 아이가 자신의 가운데 긴 발가락을 닮았다고 하면서 애써 기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쨌든 자녀가 못생기고 무엇을 잘 못한다 해도 부모를 닮은 것이 자녀라는 증거입니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자기를 닮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렇게 좋고 기쁠 수가 없습니다. 내게는 늦게 낳은 딸 하나가 있습니다. 특히 딸이 어렸을 때 나를 많이 닮아서 신기하고 재미있고 행복한 마음이었습니다. 커가면서 보니 외모만이 아니라 생각과 하는 행동도 부모를 닮아 있는 것을 보면서 흠칫 놀라기도 합니다.
자녀들은 부모의 유전자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닮을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한 부모와 함께 자라면 자녀도 건강한 모습을 많이 배우고 닮습니다. 칭찬과 인정과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자라면 장성해서도 부모에게서 경험한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때로는 부모의 좋지 않은 면이 있어서, 닮고 싶지 않고 보기 싫어도 자신도 모르게 그 모습까지도 닮는 경우도 많습니다. 알코올 중독이 있는 부모에게 폭력과 폭언을 당하면서 자란 자녀가 장성해서 자칫 자신에게서 그런 모습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고도 합니다. 이처럼 부모의 모습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세상 만물을 창조하셨고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드셨습니다. 사람을 만드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드신 부분입니다. 그런 면에서 사람은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기에 하나님께서는 우리 사람을 보시고 깊은 사랑과 기쁨과 즐거움을 가지고 계실 것이 분명합니다. 육신의 부모가 자녀들을 바라보면서 좋아하고 기뻐하는 심정처럼 말입니다. 시편 기자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사람의 존귀함과 소중함 그리고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나이다 주의 대적으로 말미암아 어린 아이들과 젖먹이들의 입으로 권능을 세우심이여 이는 원수들과 보복자들을 잠잠하게 하려 하심이니이다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 그를 하나님보다 조금 못하게 하시고 영화와 존귀로 관을 씌우셨나이다 주의 손으로 만드신 것을 다스리게 하시고 만물을 그의 발 아래 두셨으니 곧 모든 소와 양과 들짐승이며 공중의 새와 바다의 물고기와 바닷길에 다니는 것이니이다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시8:1~9) 사람은 이렇게 하나님의 생각의 대상이며 돌보심의 대상이며 영화롭고 존귀하게 만드신 존재이기에 소중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세상 만물을 다스릴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은 존재이기에 하나님 앞에서 참으로 의미 있고 복 있는 존재입니다.
그럼 하나님의 형상이란 무엇일까요? 하나님이 사람에게 부여하신 세상 만물에 대한 지배권, 도덕적 성품 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성적이며 자의식적이고 도덕률에 복종하며,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는 사람의 정신적이고 도덕적 속성들 중에 찾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성령의 열매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이같은 것을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갈5:22~23) 사람이 갖고는 있지만 훼손되었기에 회복되고 닮아가야 할 하나님의 형상을 아홉 가지 성령의 열매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기에 그 존재가 반드시 해야 할 바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형상답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지정의의 전인격적인 개념을 가지고 하나님의 형상답게 살아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범죄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형상이 깨어졌음을 인식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만나는 것이 가장 첫 번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죄 사함을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될 때에 그때부터 진정으로 하나님을 닮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를 믿는 우리는 그것이 가능하게 된 존재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서 사람들이 깨어진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사람들이 존경하고 닮고 싶은 사람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향해서 의지를 품고 살아간다면 그것이 하나님의 형상답게 사는 길입니다.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삶은 하나님을 닮아가는 삶입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