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봄이 느껴집니다.
곳곳에서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오늘에 떠밀리고 잠기며 살다 이제서야
교내에 핀 가느다란 매화가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수면에 반사된 엷은 분홍빛이 눈꺼풀을 간지럽게 어루만지고,
수많은 소리가 마구 뒤섞인 부드러운 웅웅거림이
안개처럼 부옇게 떠올라 봄기운을 만들어냅니다.
어느 순간, 분명히도 무성한 것들이 되어
새로운 음영을 만들어내겠지요.
사람도 사는 동안 많은 시간을 피고 맺기 위하여 노력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인내하게 하시고,
연단하시고, 소망을 이루게 하십니다.
우리의 몸 속에 희미한 형체로 숨어있는 가지를,
머지않아 틔우게 하실 하나님을 기대하고 의지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글 김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