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의 세상
가끔 세상이 0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0은 쉽게 증발합니다.
정수에 닿는 순간, 물크러지듯 흘러나온 0의 테두리가 이내 투명해집니다.
그러면 정수만 남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0은 언젠가 마주할 상실이 되어버립니다.
상실의 마디는 고요히 뻗어나가 이내 덧없는 세계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0은 쉴 새없이 숫자를 전염시키기로 합니다.
이제는 곱셈을 해서 오로지 0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결국 0의 세상이 됩니다.
이처럼 0은 잠정적인 형태로 도드라지기도,불현듯 확 번져나가기도 합니다.
이전의 세상은 더 이상 우리에게 감각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된 우리는 이전과 다른 세상을 살아나갑니다.
하나님이 베풀어주신 은혜가 생경한 촉각이 되어 부풀어 오르는 세상입니다.
이곳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다양하게 감각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