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행을 했거나, 누군가를 도와주고 챙겨준 것은 기억을 잘 합니다. 당신도 누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등록금을 대주고, 밥 사주고, 차 한 잔 사주면서 격려와 위로를 한 것은 잘 기억하시지요? 그런데 반대로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서 해준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기억하시나요? 누군가가 당신에게 등록금을 대준 것이나, 밥 사준 것을 당신은 잘 기억하고 감사하고 계신가요? 물론 감사하면서 평생 은혜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해준 사람만큼 받은 사람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해준 사람이 얼마나 어렵게 고민하면서 해준 것인지를 알아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녀들이 부모의 은혜를 잘 알아주고 기억하던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자녀들은 받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것을 하기 위해서 부모가 얼마나 애쓰고 힘썼는지를 자녀들은 잘 모릅니다. 당연시합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김해와 마산 지역에서 태풍 매미로 큰 피해가 있었던 때로 기억합니다. 집이 태풍에 다 날라가서 거주할 곳도 없이 완전히 이재민이 된 몇 가정들이 있었습니다. 그때에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에서 희망의집이라는 이름으로 집을 지어주었습니다. 한 가정에서 입주 감사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가정을 위해서 텔레비젼, 냉장고,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과 가구도 사서 넣어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안주인이 줄거면 냉장고 큰 걸로 달라고 하더군요. 좋은 일 하다가도 기운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그날 경험했습니다.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아들 둘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면서 살고 있던 40대 중반의 알콜 중독자가 있었습니다. 부인은 남자의 폭력과 폭언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간지 오래였습니다. 그 가정을 위해서 교회에서는 청소도 가끔 해주고, 먹을 것도 사서 냉장고에 넣어주고, 쌀과 생필품 등을 가끔씩 챙겨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술만 먹었다 하면 교회 사무실에 와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행패를 부렸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사랑해주고, 들어주고, 먹을 것 주고, 쌀도 사주고 했습니다. 몇 년이 지나서 그 가정은 정부에서 해주는 임대 아파트를 받아서 그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를 간 후로는 교회로부터 받은 은혜에 감사한다고 하면서 찾아오지는 않더군요. 와서 행패 부리지 않아서 좋기는 했지만 교회가 해준 선한 일을 기억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서운했었습니다.
감옥에 있던 요셉은 꿈을 꾸고 근심하고 있던 바로의 술 맡은 관원장의 꿈을 해석해주었습니다. 요셉이 해석해 준 것처럼, 술 맡은 관원장은 그 자리가 다시 회복되어서 바로의 궁전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요셉을 잊었습니다. 요셉은 그에게 감옥을 나가게 되면 꼭 기억해달라고 부탁을 했건만, 그는 요셉을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요셉의 마음이 많이 서운했을 것입니다. 요셉은 그가 자신을 기억해서 바로에게 말을 잘 해주면 얼마 후에는 감옥에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3일이 지나고, 3주가 지나고, 3개월이 지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내가 해준 선한 일을 상대방이 기억해주지 않으면 낙심이 되고, 서운하고, 기운이 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선한 일을 하면서 할 수 있으면 바라지 말고, 기대하지 말고 그냥 했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당신의 그 선행을 기억하시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해도 하나님은 기억하십니다. 하나님은 요셉을 기억하셨습니다. 하나님은 2년 후에 바로에게 꿈을 주셔서 요셉이 그 꿈을 해석해서 감옥에서 나오게 하셨고, 애굽의 총리까지 되게 하셨습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약속하신 것을 기억하셨고,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구원하셔서 나오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약속하신 가나안을 얻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자손을 돌보셨고 하나님이 그들을 기억하셨더라”(출2:25) “내가 야곱과 맺은 내 언약과 이삭과 맺은 내 언약을 기억하며 아브라함과 맺은 내 언약을 기억하고 그 땅을 기억하리라”(레26:42)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은 기억하지 못해도 하나님은 기억하십니다. 낙심하지 말고, 서운해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해오던 선한 일이 있으면 그냥 계속하십시오. 지금 어디에서 어떤 봉사와 섬김을 하고 있습니까? 교회 안에서는 전도대로, 교사로, 혹은 주방 봉사로 수고하고 계신가요? 밖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밥 사주고, 돈도 대주면서 도와 주고 계신가요? 아니면 가정에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조신하게 살림하고 계신가요? 가장으로서 열심히 돈 벌면서 아내와 자녀들을 부양하고 계신가요? 참 잘하고 계신 겁니다. 혹시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서 서운하신가요? 남편이 알아주지도 않고, 아내가 알아주지도 않고, 자녀들이 알아주지도 않나요? 그래도 계속하세요. 하나님은 당신을 기억하십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