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설교해야 할 본문을 읽는데 막막하고 답답했습니다. 의미 있는 내용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열 여섯 절 안에 사람 이름만 무려 스물 여섯 명이 나오고 계속 ‘문안하라’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반복해서 읽는데 ‘바울이 부럽다’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평상시에도 ‘복음의 열정’ ‘성령 충만’ ‘놀라운 사역들’에 부러움이 있었지만, 또 다른 부러움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바울에게는 마음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와 동역자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부르면서 너무나 존귀하게 묘사하고 그 모습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바울이 얼마나 따듯한 마음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바울이 어렵고 힘들 때에 위로자, 친구, 동역자, 보호자가 되어 준 것이죠. 살면서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울은 정말 성공한 인생을 산 것이 아닌가요?
로마서 16장 전반부의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겐그레아 교회의 일꾼으로 있는 우리 자매 뵈뵈는 여러 사람과 나의 보호자가 되었음이라’(1~2절) 뵈뵈는 바울의 편지를 로마에 전달한 자매라고 추정되는 인물인데, ‘우리 자매 뵈뵈’로 친근하게 부르고 있습니다. 바울은 '그녀는 나의 보호자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보호자’는 부모나 후견인 같이 전폭적으로 보호와 후원을 해주는 존재입니다. 둘 사이가 얼마나 신뢰와 지지와 깊은 우정이 넘쳤는지 볼 수 있습니다. ‘나의 동역자들인 브리스가와 아굴라는 내 목숨을 위하여 자기들의 목까지도 내놓았나니’(3~4절) 브리스가와 아굴라는 AD49년 로마 글라우디오 황제가 유대인들을 로마에서 추방할 때 고린도로 건너 왔으며, 고린도에서 바울을 만나면서 함께 했었습니다. 목숨까지 내놓으면서 바울을 돕는 동역자가 있다는 것이 바울을 얼마나 담대하고 자랑스럽고 힘나게 했을까요? ‘내가 사랑하는 에배네도는 아시아에서 그리스도께 처음 맺은 열매니라’(5절) 바울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맺은 열매라고 하니, 그를 생각만 해도 얼마나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졌을까요? ‘너희를 위하여 많이 수고한 마리아’(6절) ‘나와 함께 갇혔던 안드로니고와 유니아’(7절) ‘내 사랑하는 암블리아’(8절) ‘우리의 동역자인 우르바노와 나의 사랑하는 스다구’(9절) ‘그리스도 안에서 인정함을 받은 아벨레’(10절) 사랑을 이렇게 편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내 마음도 따듯해집니다.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의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니라’(13절) 루포의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라고 말합니다.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표현인가요, 끈끈한 사랑과 애정이 느껴지지 않나요?
그리고 바울은 ‘서로 문안하라’고 요청합니다. “너희가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 그리스도의 모든 교회가 다 너희에게 문안하느니라”(16절) 이 말씀을 묵상하는데, 성도들에게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문안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문안할까 생각하는데 대표로 순장님들에게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문안하고 싶어졌습니다. 문안은 바울이 했던 것처럼 그 분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입니다. 없는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열 분의 순장님들에게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문안합니다. 홍명복 대표순장님은 지정의 균형을 가지고 세밀하게 성도를 섬기고 교회를 사랑하는 성숙한 여성 지도자입니다. 지연자 순장님은 성실하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교회와 성도들을 섬기는 분입니다. 이연옥 순장님은 긍휼과 친화력이 있으며, 복음의 열정으로 매일 백 명 넘는 분들을 향해서 말씀 전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는 문서 선교사입니다. 강종심 순장님은 열정과 추진력이 타의 추종을 능가하는 믿음의 여인입니다. 안은실 순장님은 영적인 감성이 풍부하고, 순전하며 말씀 앞에 정직하게 나가는 분입니다. 이경숙 순장님은 견고하여 흔들림이 없으며 긍휼과 사랑이 많은 분입니다. 이번 학기부터 섬기게 된 이이연 순장님은 평안과 여유가 넘치는 선한 분입니다. 성성제 순장님은 남성도의 큰 형님답게 흔들림이 없으며, 꼰대처럼 굴지 않고 성도들에게 겸손히 다가가는 분입니다. 김태연 순장님은 순수함과 열정이 있는 분이며, 맑은 영으로 하나님 앞에서 살려고 애쓰는 분입니다. 손유정 순장님은 맑은 영과 열정을 소유했으며, 은사와 장점이 참 많은 사람으로 하나님께서 내게 붙여주신 영원한 소울 메이트 입니다.
순장님들에게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문안하니 너무 좋습니다. 교역자들을 생각하니 귀하고 성실하고 훌륭한 하나님의 사람들이라 힘이 납니다. 우리 성도들을 생각하니 감사하고 기쁩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이렇게 귀한 분들과 함께 하도록 하셨으니 바울이 부럽지 않습니다. 내게 답답하게 느껴졌던 이 본문을 이제는 신약에서 가장 교훈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추석을 맞이하는 성도들에게 숙제 두 가지를 드렸습니다. 하나는 순원들과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문안하는 것, 또 하나는 만나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격려와 칭찬으로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문안하시라고 했습니다. 성도님들이 추석을 의미 있고 은혜롭게 지냈을 것을 생각하니 행복한 마음이 듭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