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이라고 하면 설레거나 흥분되거나 떨리기까지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그럴 것입니다. 첫 직장으로 첫 출근은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첫 사랑하면 평생 잊지 못하는 두근거림과 흥분됨 혹은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있을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할 때 처음 가졌던 마음을 가지고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한편 ‘처음 사랑’을 잊어버리는 것으로 인해서 안타까운 상황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대 교회 당시에 에베소 교회에 사도 요한은 편지를 보냅니다. 먼저 그들이 열심히 잘 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칭찬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에베소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라 오른손에 있는 일곱 별을 붙잡고 일곱 금 촛대 사이를 거니시는 이가 이르시되 내가 네 행위와 수고와 네 인내를 알고 또 악한 자들을 용납하지 아니한 것과 자칭 사도라 하되 아닌 자들을 시험하여 그의 거짓된 것을 네가 드러낸 것과 또 네가 참고 내 이름을 위하여 견디고 게으르지 아니한 것을 아노라”(계2:1~3) 그들의 수고와 인내와 악한 자들을 용납하지 않은 것과 참고 견디고 게으르지 아니한 면들을 인정하면서 칭찬합니다. 이렇게 우리도 먼저 사람을 인정해주고 칭찬하면서 말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요한은 에베소 교회를 향해서 책망도 단호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 만일 그리하지 아니하고 회개하지 아니하면 내가 네게 가서 네 촛대를 그 자리에서 옮기리라”(계2:4~5) 그들이 처음 사랑을 버리고 떠났다고 책망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어디에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처음 사랑을 버렸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얼마 전에 유명한 한 소통 강사의 강의를 듣는데 그 분이 자신의 얘기를 했습니다. 20년 전에 강의를 시작할 때는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다고 합니다. 아무 것도 아닌 자신의 강의를 들어주는 것도 좋았고, 강의를 듣고 생각이 바뀌고 마음이 편해졌다는 사람들의 반응에 기뻤다고 합니다. 자신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에 즐거움과 의미를 가지고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는 강사 사례비를 안 주어도 불러만 주면 강의를 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즐겁게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지금 자신을 보니 사례비를 따지고 있고, 강의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면 강의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따분하고 어떤 의미도 찾지 못해서 행복하지 않다는 속내를 솔직하게 말한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되었을까요?
신앙인이며 목사로서 나의 첫사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2 여름수련회에 가서 울부짖고 눈물 흘리면서 기도했습니다. 나를 죄에서 건져주시고 자녀 삼아주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감사하면서 마음에 감동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하나님, 저 목사하겠습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사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개척 교회를 시작하시면서 어려운 시간을 많이 겪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난하고 자유롭지 못하고 억압으로 느껴지는 삶이 정말 싫었습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목사 하겠다고 기도를 한 것이었습니다. 그때가 나의 첫사랑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목사 되고자 기도했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인정도 받고 나름대로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했지만 삶의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학 교수도 하고 멋있는 목회를 해야겠다는 욕심(?)으로 신학교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 그런 동기라도 갖게 되면서 신학의 길로 인도하시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생각을 지금은 하게 됩니다. 잘못된 동기로 신학대학원을 들어가게 되었지만 첫 번째 학기를 공부하면서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욕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깨닫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평생 품으면서 해 오셨던 ‘아버지의 마음’으로 목회를 해야 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의 첫사랑이 다시 회복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순간순간 첫사랑의 마음을 생각하고 돌아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순수한 마음을 잊어버리면 익숙함과 당연시하는 마음으로 목회를 하게 되는 큰 우를 범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늘 경계하면서 하나님을 바라보며 의지하는 마음으로 목회할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직장에 처음 출근했을 때의 첫 마음, 자영업을 시작했을 때의 첫 마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의 첫 마음, 결혼할 때의 첫 마음, 신앙을 가졌을 때의 첫 마음을 순수하게 간직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감사하지 못하고 당연시 여기거나, 익숙함에 젖어서 순수함과 열정을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처음 무언가를 시작했을 때의 그 사랑하는 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고전13:2) 처음 사랑으로 행하며 살아갈 때에 하나님께서는 아름다운 열매를 먹는 삶을 주신다고 약속하십니다.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 이기는 그에게는 내가 하나님의 낙원에 있는 생명나무의 열매를 주어 먹게 하리라”(계2:7)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