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인 설날은 우리에게는 많이 기다려지는 날입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친척들을 만나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고, 떡국과 맛있는 음식도 먹고, 놀이도 하면서 못다했던 정을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습니다. 어떤 가족은 국내외로 여행을 가서 행복한 추억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는 100만 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70% 이상이 제조업, 건설업, 음식업종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직종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도 우리의 명절이 몇 일 쉬는 기간이지만 부모, 형제, 가족이 있는 고향을 다녀오기에는 짧은 기간입니다. 그래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쉬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외롭게 지낼 수도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더러는 연휴 기간에 한산한 시내나 건전하지 못한 장소에서 방황(?)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보기도 합니다.
작년 설날에 우리 교회에서는 태국인 근로자들과 함께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설날 연휴 첫날에 의정부에 있는 태국인교회에 가서 함께 교제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설날에도 지난 주일(1/22) 오후에 태국인교회를 찾았습니다. 그들이 태국 음식으로 준비한 점심 식사를 함께 하고, 재미있는 게임도 하고, 서로를 위해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태국인들 뿐만 아니라 함께 간 우리 성도들에게도 매우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내게는 그들과 함께 하면서 마음에 차오르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선교사님 한 가정이 외국에 나가서 선교를 하려면 선교비와 체류 비용을 포함해서 꽤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물론 한국 교회에서는 현재 2만 7천 명 정도 선교사들을 해외에 파송해서 힘있게 선교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선교사의 파송 숫자가 거의 멈추어 있는 상태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재정과 사람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선교의 도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외국에서 저들의 발로 스스로 우리 나라에 찾아온 외국인들에게 도움과 쉼의 장소도 제공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열려진 그들의 마음에 예수를 전하는 것은 너무나 귀하고, 효과적인 선교입니다. 일반 성도들도 일주일 정도를 해외에 가서 봉사하고 선교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10여 분 밖에 떨어지지 않은 태국인교회에 가서 그들과 함께 교제하며, 그들을 섬기면서 선교 봉사의 귀한 사역을 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성도들이 선교의 마음을 품고 올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값진 일입니다. 이번에 우리 교회에서는 30인분 밥솥과 10인 분 밥솥 하나씩, 전자렌지 하나, 생활필수품 선물세트 50개를 준비해서 전달했습니다. 태국에 일주일 선교 봉사를 가기 위해서 한 명 정도가 사용해야 하는 비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크지 않은 돈으로 참으로 값지고, 의미있고, 효과적인 선교를 한 것입니다.
이용웅, 배연화 선교사님 부부의 귀한 섬김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설날 연휴 기간에는 태국인 13개 교회가 연합으로 수련회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3백 명 이상이 참석하는 2박3일의 수련회 기간 동안에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서 밥을 해서 먹이고, 잠자리를 제공하고, 강의와 교제로 섬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선교사님들도 고향에 가서 가족들과 친척들을 왜 만나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다 포기하고 외국인 나그네들을 섬기려는 그 모습에 눈물이 났습니다. 20여 년 전에 설교 한 번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왔다가 잡혀서(?) 시작된 태국인교회 사역이 벌써 20년 이상 안식년도 없이 하고 있다는 말에 너무 마음이 '쨘'했습니다. 그 분들의 힘겨움과 어려움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아직 소망이 있는 것은 그래도 이렇게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묵묵히, 열심히, 충성스럽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많은 선교사님들과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