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회를 하기 전에 직장 생활을 몇 년 했었습니다. 설계실에서 공장 자동화를 위한 전기 설계 도면을 그렸습니다. 설계를 다 마치면 그 설계도에 따라서 구매부에서 부품 발주를 내고, 생산부에서는 조립과 배선을 합니다. 그리고 품질관리부에서는 입고된 부품들과 만들어진 전기 판넬이 설계대로 잘 되었는지 품질 검사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참 우스운(?) 일은 사람 관계에 따라서 일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품질관리부의 직원과 관계가 나빠지면 평상시 품질 검사에서 통과될 수 있는 것도 어떤 꼬투리를 잡아서 불합격 판정을 내려서 낭패를 보게 만듭니다. 그렇지만 평상시에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면 과도하게 검사하지 않고 적절하게 넘어갑니다.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사회 생활의 절 반 이상은 대인 관계라는 말을 실감했었습니다.
길을 내는 일, 공원을 만드는 일, 공익을 위해서 건물을 짓는 일을 한다고 모든 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편하다고, 땅값 떨어진다고 하면서 하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기안이나 제안을 올려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물론 먼저 그 내용이 좋아야하겠지만, 평소에 관계가 좋았던 사람의 제안은 기쁨으로 받습니다.
솔로몬은 아버지 다윗이 이루지 못했던 성전 건축을 시작했습니다(왕상5장) 솔로몬은 성전 건축을 위해서 두로 왕 히람에게 레바논의 백향목을 요청합니다. 레바논의 백향목은 건축에 꼭 필요한 그 당시 최고의 목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닐텐데, 솔로몬은 두로왕 히람에게서 백향목과 잣나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두로 왕 히람은 평생에 솔로몬의 아버지 다윗을 좋아했었습니다. 히람은 솔로몬의 요청에 기뻐하며 하나님을 찬양할 정도였습니다. 더군다나 히람은 솔로몬의 지혜에 감복하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두로 왕 히람과 다윗 왕가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성전 건축이 이스라엘에게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해도 그 일을 이루기 위해서도 좋은 관계가 필요합니다. 솔로몬에게는 성전 건축이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이며 숙원 사업입니다. 그렇지만 히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관계가 좋지 않았다면, 히람이 백향목 요청을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성전 건축으로 인해서 이스라엘이 더욱 강성하게 되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히람은 솔로몬의 요청에 기쁨으로 응했습니다. 평상시에 좋은 선린 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민족의 명절 추석입니다. 추석에는 오랜만에 보고 싶던 일가친척을 만납니다.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평소 함께 하지 못했던 정과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추석에는 먹고 노는 것이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 하는 일이 힘겨운 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부탁을 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전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더군다나 믿음이 있는 그리스도인은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복음'을 전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가까운 관계에서 말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지들과는 우선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나 복음도 전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요?
솔로몬은 히람에게 나무를 벌목하고 얻는 만큼의 삯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히람은 나무를 주면서 먹을 식량을 요청했습니다. 솔로몬은 밀 2만 석, 기름 20석을 해마다 히람에게 보냈습니다. 주고 받는 것이 지혜입니다. "여호와께서 그의 말씀대로 솔로몬에게 지혜를 주신 고로 히람과 솔로몬이 친목하여 두 사람이 함께 약조를 맺었더라" (왕상5:12) 친목할 수 있는 지혜를 하나님께 구하십시오. 특히 일가친척을 만나는 자리에서 지혜가 더욱 필요합니다.
주고 받는 것이 있으면 좋은 관계가 이루어집니다. 일방적으로 주기만 한다거나 혹은 받기만 한다면 좋은 관계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일방적이면 힘 빠지고, 즐겁지 않고, 보람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부모와 자녀는 사랑과 공경을 주고 받는 것입니다. 친구끼리는 의리를 주고 받고, 동료끼리는 신뢰를 주고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 관계가 지속되고 더욱 돈독해지며 깊어질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도 주고 받아야 좋은 관계가 성립됩니다. 하나님께 일방적으로 받는 것만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 드리면 하나님은 매우 기뻐하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시고, 우리는 하나님께 무엇을 드릴까요? 하나님은 우리에게 구원과 인도와 보호를 주시고, 우리는 하나님께 순종과 충성을 드리면 됩니다. 그것이 가장 좋은 관계입니다.
추석에 일가친척들과 좋은 만남, 좋은 관계 맺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받고 싶은대로 먼저 주세요. 좋은 관계가 시작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