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는 사지백체(四肢百體)라고 할 수 있는 수많은 기관들이 있습니다. 감각을 담당하는 눈, 코, 입, 귀, 피부(손)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오장육부가 있습니다. 오장은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이며, 육부는 대장 ·소장 ·쓸개 ·위 ·삼초(三焦: 호흡기관 ·소화기관 ·비뇨생식기관) ·방광 등을 말합니다. 몸은 한 기관이라도 없으면 불편합니다. 물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고 하지만, 손가락이 하나라도 없으면 세밀하게 집는데 어렵습니다. 눈 한쪽을 잃으면 살 수는 있지만 답답하고 활동 폭이 작아집니다. 이처럼 사지백체의 각 기관을 지체라고 부르는데, 지체는 각각의 역할이 있어서 몸을 균형 있고 건강하게 살도록 해줍니다.
성경에서는 그리스도인을 몸의 지체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고전12:27) 예수님과 우리의 관계를 몸과 지체의 관계로 말씀합니다. 한 성령을 받은 지체가 모여서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에 발이 자기는 손처럼 예쁘게 생기지 않았다고 비관하며 슬퍼한다면 어떨까요? 손은 손처럼, 발은 발처럼 생겨야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은 발가락보다 더 정교하게 무언가를 집고, 쓰고, 만지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럼 발가락은 존재 의미가 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발가락이 있어야 몸을 지탱해서 걸을 수 있고, 달릴 수 있습니다. 발가락 하나라도 다치면 걷는 것이 매우 불편해집니다. 학창 시절에 나는 축구를 하다가 발톱이 빠져서 걷는 것이 매우 힘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귀가 있어야 들을 수 있고, 눈이 있어야 볼 수 있고, 코가 있어야 냄새 맡을 수 있습니다. 귀, 눈, 코, 입이 다 귀라면 어떻게 될까요? 눈이 보는 역할을 해주어야 손과 발이 움직이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코와 입이 그 역할을 해주어야 냄새를 맡고, 음식을 먹으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눈이 손에게, 머리가 발에게 쓸 데가 없다고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지체 중에서 더 약하게 보이는 지체가 도리어 요긴할 수도 있습니다. 심장, 신장, 간장, 대장, 소장들처럼 보이지 않는 지체들로 인해서 몸이 건강하게 유지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거나, 심히 약하게 보이는 것들이 오히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 어떤 지체도 쓸모없지 않고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전도대, 성가대, 교사, 주방봉사, 청소봉사 등은 다 귀하고 가치 면에서 평등합니다. 그런 각각의 봉사들이 공동체를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듭니다. 교회에서 다른 성도가 내게 생명처럼 귀한 이유는 그가 나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간혹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점을 불평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은 큰 오해입니다. 서로 달라야 도울 수 있습니다. 느긋한 사람, 열정적인 사람, 조심스런 사람, 추진력 있는 사람, 말이 별로 없는 사람, 말이 많은 사람 등 서로 달라야 다양하면서도 세밀하게 개인과 공동체를 도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몸입니다. 교회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성도가 모여서 이루어지며, ‘머리는 예수님, 몸은 공동체, 지체는 성도 개인’입니다. “그는 몸인 교회의 머리시라”(골1:18) 중요한 것은 몸과 지체는 나눌 수 없는 생명의 관계 안에 있습니다. 각 부분끼리, 그리고 부분과 전체 사이에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유기체 혹은 생명체라고 합니다. 우리와 예수님과의 관계가 그렇고, 우리와 서로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생물의 개체는 분할되면 통일체로 될 수 없고, 존립할 수도 없습니다. 손, 발, 눈, 귀, 입이 혼자 떨어져 생명을 유지하면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즉 예수님의 지체인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공동체에서 떨어지면 통일체로 될 수 없고, 존립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성도가 교회라는 공동체를 떠나면 영적으로 죽게 됩니다. 또한 교회 일원으로 몸을 담고 있는 성도가 자기 자신을 예배 참석자로만 생각하면 결코 지체의 기쁨과 역할과 생동감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교회는 회사와 같이 일하기 위한 조직체가 아닙니다. 기계의 부속품도 아닙니다. 하나하나 살아 있는 지체이며, 각각의 역할을 은사에 맞게 감당하는 유기체입니다. 그럴 때에 교회는 생명력이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됩니다.
지체가 같은 마음을 품고 서로 돌아봄으로써 큰 유익을 얻게 됩니다. “나는 너를 위해서, 너는 나를 위해서 존재 한다” “나는 너를 돕기 위해 살고 있고, 너는 나를 돕기 위해 살고 있다” 무엇보다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교회 안에서 성도들의 관계입니다. 손가락이나 코가 아프면 어떤가요? 손가락만 아픈 것이 아니고, 코만 아픈 것이 아니고 몸이 다 아픕니다. 즉 우리가 함께 아픈 것이죠. 우리는 함께 울고 함께 우는 가족 공동체입니다.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고전12:26~27) 우리는 예수님의 몸입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