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하루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주부는 집에서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살림합니다. 물론 양육과 내조라는 중요한 일도 합니다. 학생은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놀기도 합니다. 직장에 다니는 분들은 출근해서 업무와 일에 열심히 에너지를 쏟습니다. 사업하는 분들은 직장인들과는 또 다른 긴장과 압박에서 열심히 일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퇴근해서 만남, 운동, 취미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살림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운동하고, 여가생활 등을 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하루를 살아가려면 생명유지에 필요한 열량인 기초 에너지가 꼭 있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약1,440kcal 정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기초 에너지는 밥을 먹고 잠을 자야 만들어집니다. 안 먹고 며칠을 버티거나 잠을 안 자고는 살 수 없는 것이죠. 먹는 것과 자는 것은 모든 생활의 가장 기초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먹고 자는 것이 삶에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것을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닙니다. 가정, 학교, 직장, 사회생활을 위해서 먹는 것과 자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기도하고 성경 읽는 것은 신앙생활에 필요한 열량입니다. 말씀과 기도 없이는 영적인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없지만, 성경읽기와 기도 자체가 신앙생활 전부는 아닙니다. 기도와 말씀은 신앙생활을 잘 하기 위한 기초적인 에너지원입니다. 신앙생활이란 기도와 말씀을 먹은 후에 신앙적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말씀과 기도를 통해 영적인 힘을 얻어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상에서 말씀대로 순종하며 사는 것이 진정한 신앙생활입니다.
그런데 자칫 ‘나는 기도했고 성경을 읽었으니까 오늘 할 신앙생활을 다 마쳤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제 할 일을 다 했으니 남은 시간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라는 것은 틀린 것입니다. 농부가 수확하려면 봄에 밭을 갈아 씨를 뿌리며 김을 매고 비료 주는 일을 부지런히 해야 합니다. 열심히 농사짓겠다는 각오가 실제 밭에 나가 흘리는 땀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책상 앞에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고 써서 붙여놓고서 다 했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공부를 해야 됩니다. 새벽기도회, 성경 읽기, 수요기도회, 주일예배를 마쳤다고 할 일을 다 한 것이 아니라 받은 힘과 은혜로 세상으로 신앙생활 하러 가야 합니다.
복잡하고, 어렵고,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기는 우리 삶에서 자신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발견하게 되면 잘 모른다고 삶을 외면해야 할까요? 기도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으며 하나님께 맡겼으니 그때부터 안 되는 일이 있으면 다 하나님의 책임인가요? 그것은 우리에게 맡겨진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믿음과 행함을 혼동하는 삶을 경계하라고 말씀합니다.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약2:17) 우리는 기도하는 것과 살아 내야 할 삶을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녀를 출산하면 부모가 다 알아서 해주나요? 아닙니다. 공부와 운동과 친구관계와 결혼생활 등은 본인이 해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 태어났지만, 그 삶은 우리가 살아나가야 합니다.
기도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가야 할 신앙의 여정을 배웁니다. 기도는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내는 수단이 아니라 걸어야 하는 길을 미리 준비하게 하는 행위입니다.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 어디인지, 우리가 인생 여정을 감당하기에 얼마나 부족한 상태인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기도로 이 길을 나아갈 힘과 능력과 믿음을 구비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도했다고 모든 여정이 저절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의 여정을 꾸려 가는 일이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실제적인 몫입니다. 기도했으니 이제는 하나님이 다 알아서 만사형통의 길로 인도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진정한 기도일 수 없습니다. 예배에 참석해서 간절히 기도하거나, 기도회에 가서 부르짖고 돌아오면 다 된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기도하고서 하나님이 주신 능력과 지혜를 가지고 삶의 현장으로 담대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새벽기도회, 오늘의 예배, 수요기도회, 금요기도회, 주일예배를 마친 후에는 삶의 현장으로 나아가서 주신 말씀으로 신앙생활을 해야 합니다. 기도하고 말씀대로 순종하며 가정 속으로, 부부관계 속으로, 자녀 교육 속으로, 이웃 관계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의 신앙은 생활에서 나타나야 합니다.
기도는 지금 내가 겪는 상황 속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돌아보는 일입니다. 좋지 못한 일이 생겼다면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살피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돌이켜야 합니다. 가는 길에 장애물이 버티고 서 있다면 용기를 내어 넘어가야 하는데, 넘어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내가 이 길을 잘못 들어왔구나 하고 후회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약하니 힘을 더 키워서 넘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도전해야 합니다. 도전해보고 결과와 열매는 하나님께 맡기면 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