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이나 장례나 이런 저런 사역을 위해서 교역자들과 함께 차를 몰고 갈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대개 나는 운전석 옆에 앉고 우리 교역자들이 운전을 합니다. 직접 운전을 하지 않으니 육체적으로는 편하고 수월하게 목적지까지 가게 됩니다. 아주 가끔 길을 잘못 들어서서 약간 긴장하면서 길을 같이 찾는 경우가 있지만, 운전대를 맡기면 몸과 마음이 편합니다. 그래서 한 번씩 ‘하나님께 내 인생의 운전대를 맡기는 것이 이렇게 편한 것이지’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믿게 된 후에는 놀라운 복음 전도자로 살게 됩니다. 복음 전도자로 살아가는 가장 핵심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 인생의 운전대를 맡긴다는 말이지요. 바울의 일생을 보게 되면 어떤 상황일지라도 그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보라 이제 나는 성령에 매여 예루살렘으로 가는데 거기서 무슨 일을 당할는지 알지 못하노라 오직 성령이 각 성에서 내게 증언하여 결박과 환난이 나를 기다린다 하시나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20:22~24) 이 말은 바울이 에베소에 들어갈 수 없어서 밀레도로 에베소의 장로들을 불러서 한 고별 설교입니다. 지금 예루살렘으로 빨리 가야하는 상황이기도 하지만 그곳에 가면 유대인들에게 잡혀 큰 환난이나 심지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을 바울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예루살렘에 들어가게 된 바울은 유대인들에게 고소를 당하게 되면서 죄수의 몸으로 로마로 압송되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바울은 그런 상황을 미리 성령께서 알게 해주시지만 환난과 핍박에도 불구하고 복음 전도자로 살았습니다. ‘성령에 매여’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고 말씀하시는 길로 나아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성령의 인도하심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면 성공과 유익과 축복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환난과 오해와 수고와 헌신이 따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본성은 성령의 인도하심과는 많은 경우 다르게 반응합니다.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합리성과 이성적인 판단을 해보면서 성령을 따르는 것이 주저되기도 합니다. 우리 경험과 세상 가치관으로 보자면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면 많은 경우에 손해와 실패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자신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울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대단히 부담되고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목사도 이런데 성도들은 얼마나 부담되고 나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게 되면 복음은 자연스러우면서도 힘있게 전파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면 궁극적으로 예수가 드러나고 복음이 전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카이스트에 배상민 교수라고 학생들에게 디자인을 가르치는 분이 계십니다. 이 분은 방학이 되면 학생들과 함께 아프리카에 가서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섬기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오염된 물을 마셔야 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정수기를 만들어 주는 일, 전기가 없는 마을에 태양전지를 이용해서 손전등을 만들어주는 일, 전자파를 이용해서 모기를 퇴치하는 충전용 모기 퇴치기를 만들어 주는 일 등 다양한 발명품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현지로 갈 때에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않고 거의 모든 것을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만든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야 현지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그 발명품을 따라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분이 정수기를 만들어 주고 와서 그 다음 해에 그 마을에 가보니 똘똘한 사람들이 정수기를 만들어서 여기저기서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으로 어려운 나라와 사람들을 돕고 섬기면서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예수님이 전해지고 있는 것을 봅니다. 학생, 교사, 교수, 의사, 직장인, 공무원, 목사, 선교사 등이 자신의 영역에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면서 살아가면 예수님이 전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바울처럼 전 세계를 다니면서 복음 전파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는 우리의 영역에서 복음을 힘있게 전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릅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