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익한 종이라...

by 박현덕 posted Apr 2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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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역대상 13장
일시: 2002.4.25.목.새벽
제목: 무익한 종이라..


헤브론의 왕이었던 다윗이 이제 온 이스라엘의 왕이 되면서 약간은 들떠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늘 비정규군인 가족같은 군대를 데리고 전쟁을 하던 다윗이 사울의 죽음 이후에 갑자기 온 이스라엘이 다윗에게로 나아오자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이제는 정규군의 장관들이 다윗의 곁에서 그를 호위하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이쯤되면 으쓱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다윗은 으쓱해진 기분에 무언가 일을 벌일려고 계획을 세웁니다. 천부장과 백부장들과 의논을 합니다. 법궤를 가지고 오자고 말입니다. 아마도 사울 왕조와는 무언가 다르다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하나님의 도우심에 감사하고 감격해서 하나님께 무언가 큰 일을 보여드리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건 정치적인 이유에서건 신앙적인 이유에서건 온 백성에게 하나님의 궤를 옮겨오자고 공포합니다. 사울때에는 궤앞에서 묻지 아니하였느니라는 말도 함께 첨부합니다. 이제는 처음 왕인 사울 때와는 전혀 다른 다윗 왕조가 시작되었노라고 선포하는 것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왕조로서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뭇 백성들도 이를 선하게 여겨서 이제 애굽의 시홀 시내에서부터 하맛 어귀까지 온 이스라엘을 불러 모으고 기럇여아림에서부터 하나님의 궤를 메어오려고 합니다. 성경은 이 장면을 "다윗이 온 이스라엘을 거느리고"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여호와의 주권성과 주도성은 보이지 않고 다윗이 일을 주도해 나갑니다. 기록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온 백성은 새 옷을 입고 나아갔을 것입니다. 수레도 새로 만들고 온 무리가 하나님 앞에서 힘을 다하여 뛰놀며 노래하며 수금과 비파와 소고와 제금과 나팔로 주악합니다. 다윗왕조의 화려한 시작이 선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얌전히 가던 소들이 갑자기 뛰어서 법궤가 흔들립니다. 소들이 갑자기 뛰는 장면은 여호와의 사자를 보고 갑자기 밭으로 들어간 발람의 나귀의 모습(민22장)을 보는 듯 합니다. 아마도 여호와께서 말을 하게 하셨으면 이 소들도 사람들에게, 다윗에게 한 마디 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건 소들이 갑자기 움직이자 혹시나 떨어질까봐 웃사가 법궤를 붙들자 여호와께서 진노하사 치시매 웃사가 거기 하나님 앞에서 죽고맙니다.

중요한 것은 웃사의 죽음이 아니라 그 이후에 나타난 다윗의 반응입니다. 다윗은 웃사가 죽자 분하여 그곳을 베레스 웃사라 칭하고 법궤를 다윗성으로 옮겨오는 것을 포기하고 맙니다. 그가 법궤를 옮기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가 왜 화를 냅니까? 정말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 장면에서 다윗은 겸손하게 내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되물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다윗은 오히려 분을 발하였다고 성경은 말합니다. 이것은 마치 부모님께 작은 선물을 준비한 아이들과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신들 딴에는 큰 선물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선물을 부모님께 드리면서 마치 큰 선심을 쓰는 듯 선물합니다. 그 선물을 살 수 있었던 것이 부모님께로부터 받은 용돈의 일부분일텐데도 말입니다. 다윗은 갑자기 큰 왕국을 이루게 된 기쁨에 잠시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잊었는지도 모릅니다. 혹은 왕국의 통일이 자신의 힘으로 이루어진 일이라고 잠시 착각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자신의 일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사울 왕조와는 무언가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법궤를 다윗성으로 가져오려고 했습니다. 여호와의 궤를 손으로 잡았던 웃사의 모습은 여호와의 역사하심에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려고 했던 다윗의 모습과도 유사합니다. 다행히 다윗은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여호와께서 기뻐하시는 방법으로 법궤를 옮겨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도 혹 다윗과 같은 실수를 범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가 내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어냈다고 착각하시지는 않았습니까? 큰 왕국을 이루었어도 그것은 여호와의 역사였습니다. 내가 하나님 앞에 하나님이 기뻐하실만한 큰 일들을 이루었어도 그것은 결국 하나님의 역사였습니다. 단지 쓰임받음에 감사해야 할 우리가 우리의 힘으로 더큰 무언가를 이루려고 한다면 다윗과 똑같은 실수를 범하게 될 것입니다. 큰 일을 하고 나서도 우리는 눅 17:10의 말씀처럼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 받은 것을 다 행한 후에 이르기를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의 하여야 할 일을 한것 뿐이라 할찌니라"고 고백하여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다 드려도 우리에게 주신 것보다 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큰 일을 한다고 하여도 여호와께서 내게 하신 일보다 더 큰 일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작은 일들을 크게 보아주시며 축복하시는 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오늘도 그 은혜를 묵상하면서 기쁨가운데 하루를 보내시길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