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 못지 않게 상대방의 마음을 힘들지 않게 해 주는 것도 큰 능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정확한 말이라 할지라도 부드럽게 전달되지 못해서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상처를 입어서 마음이 닫히게 된다면 오히려 그 말을 안 한만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이라는 것이 어렵나 봅니다. 상대방과 소통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청하는 것과 공감해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말을 할 때는 정감있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즉, 정확한 답을 말하기 전에 정감있게 말하는 것입니다. 특히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부 끼리, 그리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더욱 그러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야곱의 아내 라헬은 아들을 낳으면서 난산으로 죽게 됩니다. 라헬은 태어나는 아들을 베노니 즉, ‘슬픔의 아들’이라고 부릅니다. 자신이 죽게 되면서 아들을 키울 수 없는 슬픔과 죽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무척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야곱은 그 아들의 이름을 베냐민 즉, ‘오른손의 아들’로 부릅니다. 그 당시에 ‘오른손’은 영광스러운 능력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성경에는 하나님의 오른손이 많이 등장합니다. “여호와여 주의 오른손이 권능으로 영광을 나타내시니이다 여호와여 주의 오른손이 원수를 부수시니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나의 의로운 오른 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와 같은 말씀이 성경에 많이 나옵니다. 왼 손도 성경에 등장은 합니다. 대략 열 번 정도 나오는데, 그래도 가장 유명한 말씀은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입니다. 이렇듯 왼손은 능력과 권능을 상징하는 손이 아닙니다. 왼손잡이들이 성경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아웃사이더들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아들의 이름을 오른 손의 아들로 지었다는 것은 그 아들이 영광스러운 능력의 사람이 되길 원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어쨌든 라헬은 아들을 낳는 상황에서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지만 야곱은 아내의 죽음 보다는 아들의 출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내와 다른 마음인 야곱, 야곱의 이기적이면서 자기 중심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버지로서 아들이 슬픔의 아들로 사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아내의 죽음과 슬픔에 먼저 공감해주고 위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라헬이 그렇게 부르는 것을 그냥 놔두었다가 나중에 라헬이 죽은 후에 이름을 바꾸어주어도 될텐에 야곱에게는 그런 배려함이 없었습니다. 물론 라헬이 그 이름을 부른 때와 야곱이 부른 때에는 시간차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야곱에게는 아내를 배려하지 못하고 정감있게 표현하지 않는 모습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이전에 레위와 시므온이 주동이 되어서 세겜 족속들을 진멸했을 때도, 야곱은 이기적인 반응을 했습니다. 자신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는 것에만 마음이 있었고 딸 디나가 수치와 모멸로 고통스러워할 것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습니다. 레위와 시므온이 할례라는 거룩한 언약의 상징을 기만 전술에 이용한 것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었습니다. 또한 아들들이 세겜족속을 진멸하고 노략질한 폭력성과 비도덕성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었습니다. “너희들이 악취를 풍겨서 그들이 나를 치고 나를 죽이리니 그러면 나와 내 집이 멸망하리라”고 하면서 야곱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던 것에 대해서만 분노했었던 야곱입니다.
두 달 전에 "정답을 말하기 전에 정감있게 말하기"라는 글을 썼습니다. 우리가 서로 이해하고, 용납하고, 배려하면서 말하자는 취지의 글이었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욱 관심을 갖고 용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내가 퇴근하고 와서 팀장님에 대해서 투덜대고 푸념하면서 “우리 팀장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3일 만에 그 많은 일을 다 끝내래, 말도 안돼” “자기 말만하고 내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아!”라고 할 때에 정답은 뭡니까? 정답은 “돈 버는 것이 쉬운줄 알아? 그래도 당신은 괜찮은 편이야, 다른 사람들은 더 해” “여자가 군대를 안 갔다 와서 조직 사회를 몰라” “당신이 더 문제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답을 말하기 전에 정감있게 “팀장 진짜로 이상하네” “당신 정말 힘들겠다” “내가 맛있는 것 사줄게" "청소도 좀 해줄까?”라고 우선 이해하면서 들어주면 어떨까요? 아이가 숙제하기 힘들고, 공부하기 싫다고 할 때, 물론 부모님들은 “아빠는 네 나이때 더 힘들었어, 학원도 안 다니고 공부했어” “넌 왜 맨날 힘들다, 못하겠다고만 하냐” “그렇게 하면 더 힘든 일은 어떻게 할려고 그래? 그렇게하면 아무 것도 못해!”라고 정답을 말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정답을 말하기 전에 먼저 정감 있게 말해주면 어떨까요? “많이 힘들지, 네가 힘들어 하니까 아빠도 너무 힘들다” “엄마가 맛있는 간식 해줄게, 좀 쉬었다 해라”라고 말해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답 이전에 정감있게, 잔소리 이전에 사랑의 소리를 먼저 해보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