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축복하며 살아요

by 이도수 posted Mar 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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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길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가수 최희준 씨가 불렀던 ‘하숙생’이라는 노래 가사입니다. 어렸을 때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불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몇 년 전 미국에 1년 동안 있을 때 인생이 나그네 길이라는 걸 깊이 느꼈습니다. 집 구하는 것이 늦어져서 모텔에 머물다가 거의 두 주일 만에 아파트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의 아파트는 보통 서민들이 사는 집단 주거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캘리포니아는 지진이 자주 있기 때문에, 우리 세 식구가 들어가 산 아파트는 벽돌이 아닌 두꺼운 판자 같은 것으로 3층 정도로만 건축을 했습니다. 옆 집의 소리도 아주 잘 들리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아파트에 들어 간 첫 날은 아무 것도 없어서 바닥에 박스를 주어다가 깔고 잤습니다. 그 때가 12월달이었고, 1층이라서 바닥의 찬 냉기가 올라와서 허리가 너무 시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박스를 몇 장 깔았는데도 안 되었습니다. 그래도 전기장판 하나 가져간 것이 있어서 아내와 2살 짜리 딸은 따듯하게 잘 수 있었는데 나는 그것도 없어서 도저히 잘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없이 세로로 깔았던 전기장판을 가로로 깔고 머리와 발은 내놓고 몸통과 허리라도 전기장판 안에서 잤습니다. 라면 박스로 책상을 만들어서 작은 책상이 들어올 때까지 썼습니다. 침대는 프레임은 없이 매트리스만 중고로 구입해서 썼습니다. 청소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은 역시 중고로 구했습니다. 1년 후에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좋은 것, 비싼 것을 살 필요가 없었습니다. 꼭 필요한 것 아니면 안 사고 안 갖추고 살았습니다. 그래도 다 살아졌습니다. 없으면 없는대로, 모자라면 모자란대로 다 살아졌습니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느낌이 ‘팍’왔습니다. 우리가 이 땅을 떠날 때도 모든 것을 버려두고 갈텐데,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발버둥치고 아웅다웅 할 필요가 별로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되었습니다.

 

야곱이 바로를 만나서 한 말 중에서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이다”(창47:9)라고 하면서 인생을 나그네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야곱은 정말 나그네 길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젊은 시절에 고향을 떠나서 하란 땅에서 30여 년을 지냈고, 세겜 땅에서 또 수 년을 지내면서 괴로움이 많았습니다. 이제 또 고향 땅을 떠나서 애굽까지 왔으니 얼마나 나그네 길을 살고 있습니까? 야곱의 고백처럼 인생은 나그네 길이면서도 그리 길지 않고 짧습니다.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어린 시절에 초등학교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사십이고 오십입니다. 고향에서 진달래먹고 물장구치고 쥐불놀이하고 연 날리고 딱지치기 하면서 놀았던 적이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벌써 중년이고 노년입니다. 중학교 다니고 고등학교 다닌 적이 얼마 전인 것 같은데 벌써 나이를 많이 먹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 중에서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몸은 예전 같지는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끔 장례를 집례할 때면 늘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겸손하자, 사랑하면서 살자, 욕심부리지 말자, 평안하게 살자, 잘 죽자'

 

당신도 인생은 그리 길지 않다는 것에 동의할 것입니다. “하루살이처럼 덧없이 지나가는 짧은 인생에게 무엇이 좋을 일인지 누가 알겠는가?”(전6:12 공동번역) “인생은 아침 구름 같으며 쉬 사라지는 이슬 같으며 타작 마당에서 광풍에 날리는 쭉정이 같으며 굴뚝에서 나가는 연기 같으리라”(호13:3)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약4:14)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벧전1:24) 그래서 성경은 “세월을 아끼라”(엡5:16)고 말씀하십니다.

 

야곱은 바로 앞에서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창47:9)라고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니다. 야곱은 본인의 말 그대로 험악한 세월을 살았습니다. 야곱이 험악한 세월을 산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그렇게 살게 된 가장 큰 이유가 하나님의 약속을 믿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야곱이 태중에 있을 때부터 그를 큰 자로 선택하셨지만 야곱은 스스로 큰 자가 되려고 형에게서 장자권을 가로채려 했습니다. 야곱은 형에게 돌아갈 축복 기도를 중간에 가로챘기에 형의 복수를 피해서 도망자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벧엘에서 지쳐 쓰러져서 잠 들어 있는 야곱에게 하나님은 7가지 복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믿지 않았습니다. 외삼촌 집에서 라헬을 아내로 얻기 위해서 7년을 일하고 외삼촌에게 속임을 당한 야곱은 7년을 더 일해서 라헬과 레아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두 아내와 두 첩을 둔 야곱은 여자들의 시기 질투로 바람 잘 날이 없었을 것입니다. 열 두 아들은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아들들이 요셉을 인신매매로 팔아버린 후에 요셉은 죽었다는 속임수를 당했습니다. 외삼촌에게 속아서 품삯을 10년 이상을 받지 못하고 일했던 야곱은 결국 외삼촌 몰래 모든 가족들과 가축들을 이끌고 야반도주하게 되었습니다. 형을 만나기 전에도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고 군대까지 보여주시지만 믿지 않았습니다. 야곱은 하나님과 씨름하고, 사람하고도 씨름하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속이고 속는 험악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야곱이 왜 그렇게 험악한 세월을 살았다고요? 믿지 못해서 그랬습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약속을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믿지 않았기에 자신의 힘과 생각과 수완으로 인생을 살아야 했기에 야곱은 험악하게 인생을 살았습니다. 믿지 못하면 험악한 세월을 살게 됩니다.

 

야곱은 나이가 130세에 바로를 축복하게 되었습니다. “요셉이 자기 아버지 야곱을 인도하여 바로 앞에 서게 하니 야곱이 바로에게 축복하매”(창47:7) “야곱이 바로에게 축복하고 그 앞에서 나오니라”(창47:10) 그 전에 야곱은 축복하는 인생이 아니었습니다. 축복은커녕 야곱은 싸우고 속이고 속는 인생을 살았습니다. 씨름해서 사람을 이겨먹어야 하는데 무슨 축복이 나오겠습니까? 사람들하고 경쟁해서 눌러야 하는데 무슨 축복을 하겠습니까? 축복을 받으려고만 했지 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제 야곱은 축복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130년을 살아오면서 야곱에게서 축복을 찾아보지 못했지만 이제 축복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평안해야 축복도 됩니다. 험악한 세월을 사는 사람은 축복보다는 미움과 질투와 증오로 살게 됩니다. 우리에게서 저주, 욕, 미움, 싸우려고 하는 것, 나쁜 감정이 자주 드러나면 아직도 험악한 세월을 살고 있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미 축복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축복할 수 있는 자격과 특권이 있습니다. 목사만이 아니라 성도들은 누구나 축복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 상대방이 잘 되길 비는 것이기 때문에 축복은 예수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으며 해야 하는 사명입니다.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눅6:28)고 말씀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사람들이 상처주고 힘들게 하면 화가 날 수도 있는데, 욕이 하고 싶으면 차라리 “잘 먹고 잘 사십시오”라고 하십시오. 자녀들이 말 안 듣고 힘들게 하면 화가 날 수도 있는데, “넌 잘 먹고 잘 살 거야” “넌 너보다 더 똑똑하고 말 잘 듣는 자식 낳을거야”라고 해주십시오. 부부가 화가 나서 싸움이 나려고 하면, 극단적인 말을 하기 쉽습니다. 그때에 축복의 말을 하세요. “당신은 끈질기게 오래 살거야” “돈 잘 벌거야” “애들에게 효도 많이 받을거야” 혹시라도 모함과 비난의 소리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하나님은 그렇게 말 한 사람에게 갚아주실 것입니다.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창12:3) 하나님을 믿는다면 당신을 괴롭게하고 힘들게 하는 사람을 굳이 당신이 대적하고 싸우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손 봐주시고 저주하시겠다고 하니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욕하고 미워하고 저주할 필요없습니다. 화내고 분노하고 목소리 크게 낼 필요 없습니다. 축복하면 됩니다. 상대방을 축복했을 때 그 사람이 받을만하지 않으면 그 복이 다 당신에게로 돌아옵니다. 날 축복하는 사람은 당연히 축복하겠지만, 저주하는 사람도 축복하면 그것도 당신에게 복이 됩니다. 야곱은 130세에 축복하는 삶을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하면 당신은 꽤 일찍 시작하는 겁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