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오신 예수님

by 송광택 posted Aug 1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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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오신 예수님

1971년 2월 어느 주일 아침, 나는 성경 찬송가책도 없이 교회당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아직 겨울 추위가 머물고 있어서, 옷깃 사이로 찬바람이 스며들어 왔다. 당시 나는 서울교육대학에 응시해 1차 필기고사에 합격했으나, 2차 신검에서 불합격한 후 몇 날을 다소 착 가라앉은 심정으로 지내고 있었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쉽지 않은 고3 시절을 '치열하게' 보냈던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로 자위하고 있었다.
실업계 고등학교 시절,  참고서 하나 마음대로 살  수 없었고, 학원은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고3 시절을 붙들어 준 짧은 이야기가 있었다. 스파르타의 소년들은 짧은 창으로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묻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훈련을 받을 때, 짧은 창을 가지고 긴 창을 가진 자를  이길 수 있어야,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 주일 아침 집을 나서기는 했지만, 출석해서 예배를 드릴 교회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발길은 어느새 중고등학교 시절 출석했던 일신교회(상도동)를 향하고 있었다. 일신교회는 필자가 초등학교 6학년이던 때에 안길옹 목사님이 개척한 교회였다. 상도감리교회 주일학교를 수료한 후, 나는 중학교 때부터 일신교회를 다녔던 것이다.
장승배기 언덕 위의 일신교회로 올라가, 고등부 예배를 드린 후, 고등부 지도자인 안정남 선생(현재 LA에서 목회)의 안내로 장년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다. 예배 시간 오래 전부터 무릎을 꿇고 앉아서 발이 저려 왔으나, 꾹 참고 두 시간 이상을 그 자세로 예배를 드렸다.  담임목사이신 안길옹 목사님은 누가복음 19:1-10을 본문으로 하여, <지나가시는 예수님>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셨다. 말씀의 요지는 2천년 전에 여리고를 지나가시던 예수님께서 오늘, 이 아침에도 우리 앞을 지나가신다는 것이요, 우리 각 사람이 그 예수님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설교 후에 회중은 조용히 묵상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 날 나는 천사들 가운데 앉아있는 '더러운 죄인'이었다.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가지 소원을 품고 교회당에 들어 왔다. "단 하루라도 깨끗하게 살 수 있다면, 죽어도 좋다"는 심각한 마음가짐으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모두 조용히 기도하고 있었다. 나도 기도를 하려고 끙끙거리고 있었으나, 첫마디가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정직한 첫 마디로 기도를 시작해야 하는지를 고통스럽게 궁리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 속이 정리가 안되고, 마음속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하나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무슨 말로 기도를 드릴 수 있을까? 그 기도의 첫 마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포기하고 싶은 마음과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싸우고 있었다. 그때 문득 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 정직하게 기도하자. 하나님에 대한 확신이 없는 그 마음 그대로 솔직하게 기도를 드리자."
나는 정직한 기도의 첫 마디를 생각해 내려고 다시 끙끙거렸다. 지칠 대로 지친 마지막 순간에 떠오른 한마디가 있었다. "만일 하나님이 계시다면..."  이것이었다. 이제 그 첫 마디를 나의 입술을 열어 말하기 위해, 마음속으로 수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그 다음에 무엇을 말해야하는지는 생각나지도 않았다. 물론 마음 속 깊은 곳에는 간구하는 소원이 있었다. "하나님이 계시고, 그 하나님이 나로하여금 깨끗한 삶을 살게 해 주신다면 더 이상 아무 원이 없습니다. 단 하루라도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
이제 막 입을 열어 "만일.."이라고 기도 첫마디를 입밖으로 내놓으려는 순간. 정말 순간이었다. 내 망가지고 상처난 영혼 깊은 곳을 향해 큰 꾸지람의 소리가 임했다. "만일 하나님이 계시다면이 무엇이냐"
나의 부끄러운 내면이, 가장 약한 부분이 그대로 노출되고 지적 당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엄중한 책망의 말씀은 차갑지 않았다. 그것은 이제까지 접해본 적이 없는 '거룩한 무게'를 지닌 사랑의 음성이었다. 흔히 필설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이 경험이 그러하다.
그 책망의 말씀이 내 영혼에 임하는 순간, 내 안에서 그 무엇인가가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거의 동시에 나는 고백하고 있었다. "하나님, 하나님이 계신 것을 믿습니다."
삭개오를 찾아오신 예수님.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시는 그 분의 사랑. 그 사랑이 구체적으로 나에게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감히 고백한다. 그 순간 나는 빛을 경험했다. 설명하자면, 나는 영혼의 눈으로 빛을 보았다. 빛이신 하나님을 부분적으로 맛보았다. 그 빛의 조명 가운데 나의 죄인된 모습, 그 더럽고 누추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창조주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믿게 된 것도 감격스러운데, 그 분이 나를 돕는 자요 내 편이 되어주신다는 사실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아무 조건 없이, 현재의 모습 그대로 받아 주시는 하나님! 나는 어두움에서 빛으로, 사단의 권세에서 하나님께로 옮겨졌다.
시간이 흐르고, 예배당 앞마당으로 나서는 나는 마치 공중에 떠있는 느낌이었다. 신천신지였다. 아, 하나님 안에서 눈이 열리니 모든 것이 새롭고, 이토록 행복하구나. 부모 형제를 생각만 해도 귀하고 감사했다. 말할 수 없는 감격과 행복감으로 가슴은 벅차 올랐고, 이 기쁨을 소리쳐 외치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하나님의 자녀들의 교제 안으로 진입하였다. 아니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여러 과정을 거쳐 때가 되어 그 분의 사랑의 빛을 만났던 것이다.

(이하생략)
글/송 광 택
총신대학교 신학과 졸업
총신대학 대학원 졸업(Th. M.)
총신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월간 창조문예 (시부문) 신인상
월간 아동문학(동시) 신인상
빛과 소금, 목회와 신학 북리뷰 고정필자
현)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현) 서울 극동방송 [신앙서적 길라잡이] 진행자
현) 한국사립문고협회 자문위원
현) 도서출판 CUP 편집자문위원
현) 월간 신앙세계 "베스트셀러 읽기" 고정필자.
현) 월간 교사의 벗 "송광택 목사의 책읽기" 고정필자
현) c3tv 목회정보 2000 "설교자를 돕는 책" 고정필자

저서
독서가족만들기 31일(임마누엘 선교미디어)
좋은 독서가족 만들기(줄과 추)

역서
교회사핸드북, 장로핸드북, 목회자 가이드, 존 번연의 생애,
크리스마스 풍습들, 불구를 딛고 선 조니 (이상 생명의 말씀사 간)
기독교교육학(한국장로교출판사 간)
새로운 교회개혁 이야기(미션월드 라이브러리 간)
영혼을 위한 열 가지 비타민(두란노 간)
내 마음의 하이웨이(두란노 간) 외.
E-mail  songrex@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