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by 유수상 posted Feb 2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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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오전에
가출한 32세 청년이 폐교창고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얼마나 놀랐는지...손과 발은 동상으로 퉁퉁 부었고..
먹지 못해 허기진 채
잠에 취해서 걸음도 제대로 걷지를 못했습니다.

주일학교 예배를 마치고 아이들과 간식을 먹으러 사택에 왔는데
장모님께서 창백한 얼굴로 폐교창고로 가보라는 것이 였습니다.
.......

그를 데려다가
목욕탕에서 머리 감기고, 이태리 타올로 깨끗하게 씻기고 면도를 하고
런닝, 팬티, 내복을 갈아 입히고...걷옷도 새로 입혔습니다.
말숙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약간 정신치체가 있어보였습니다.

주일 예배를 함께 드리고 식사 후 가족을 찾기위해
서재에서 심문(?) 시각되었습니다.

일관되게 자기 집은 경북 청송읍 약수탕 두번째 골목이라고
우기는 것이였습니다.
청송군 읍사무소와 관계기관을 통해 조회를 부탁해 보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거창읍으로 나가 경찰서에서 지문조회를 하고
거창읍사무소에서 지난번에 치매노인의 집을 찾아드린 것처럼
주민등록 전산망으로 조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읍사무소에서 조회 결과
집이 "안동시 임하면 고천리" 라는 곳이였습니다.
임하면 사무소 사회담당자와 통화 후 안동으로 출발했습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는 오후 임하면사무소에서
가족이 있는 집의 약도를 받아들고..
다시 40여분..산길을 더덤어,,비포장길을 달려..동네에 도착했습니다.
아늑한 산골엔 군불지피는 연기가 모락모락...

남루한 노인이 연락을 받고 집앞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술이라도 한잔 대접해야 하는데....
보시다 싶이...

다 허물어져가는 쓰레트집에 30촉 백열전구가
방 한칸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칠성씨! 이제 집나오면 안돼..
집에서 아버님 일 도와드리고 있어야지...알앗지!!
"옛"

그의 어머니는 중풍으로 누운지 벌써 몇 해라 신다.
할아버지 69세 어머니 61세 아들 32세...
세식구는
이 추운 겨울에 단칸방에 군불지펴 그렇게 사나봅니다.

돌아서는데 어찌그리 눈물이 나던지요....

"누가 오리을 가자거든 십리는 동행하라
누가 속옷을 달라거든 걷옷까지 주라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자에게 거절하지 말라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왕복 400키로 먼길을 동행했습니다.
우리주님과 함께 말입니다.
그가 예수님셨습니다.

주님은 이번 주에는 길 잃은 청년으로 오셨습니다.

주님 찾아 오셨네 모시어 들이세...

새해 벽두에 아름다운 동행을 마치고...작은골지기 유수상 드림

http://cafe.daum.net/ds5obr  작은골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