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고향을 떠나 온 나그네들을 돕습니다

by 이도수 posted Jan 30,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설날을 맞아서 우리나라에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러 온 외국인 나그네들을 돕습니다. 재작년 설날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20여 명의 형제 자매들을 서울역 대형마트에서 만나서 1인당 10만 원 정도씩 장을 보게 한 후에 함께 점심 식사를 했었습니다. 너무들 좋아하면서 평상시에 살 수 없었던 생필품과 쌀과 고기와 과일, 그리고 옷가지들을 사는 것을 보았습니다. 특히 쌀 20kg짜리 두 개와 고기를 사는 형제들을 보면서 먹을 것에 대한 필요가 가장 크다는 것에 마음이 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설날에는 어디에 있는 나그네들을 도울지를 찾다가, 알고 지내는 선교사님을 통해서 태국인교회를 섬기는 이용웅 선교사님에 대해 듣게 되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금요일(1/29) 저녁 시간에 의정부에 있는 태국인교회를 정창복 전도사님과 함께 찾아갔습니다. 태국인교회는 의정부 성암교회에서 교육관을 주일에 쓸 수 있도록 빌려주어서 관리비 정도만 내면서 쓰고 있다고 합니다. 몇일 전에 이선교사님과 통화를 시도하려고 했는데 태국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SNS 문자서비스로 연락을 했습니다. 문자로만 서로 주고 받다 보니까 아무래도 소통에 한계가 있어서 무료 보이스톡으로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마침 선교사님의 아내 되시는 백운화 선교사님과 통화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취지를 말씀 드렸더니 키다리 아저씨를 만난 것 같다고 하시면서 매우 좋아하셨습니다. 그래서 설날 이틀 전(2/6)에 장보기와 점심 식사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몇 일이 지나서 이용웅 선교사님이 한국에 돌아온 후에 직접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선교사님은 그런 방법으로는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다소 나를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우리가 태국 형제 자매들를 섬기는 토요일에 근무 때문에 올 수 없는 태국인들도 있기 때문에 전부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방법으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우리 교회 성도들에게 주일 광고를 통해서 장보기와 점심 식사를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렸는데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선교사님의 제안은 태국인교회에 함께 모여서 점심 식사를 한 후에 레크레이션도 하고, 기도 제목도 나누면서 교제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선물은 그날 오지 않은 태국인 형제 자매들에게도 전부 돌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선교사님에게서 태국인 나그네들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것입니다. 해외 봉사팀이 외국에 가면 인솔한 지도자는 자신의 생각을 고집스럽게 주장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봉사팀의 생각보다는 현지 선교사님의 생각이 옳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봉사팀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자존심이 상한다고 하면서 선교사님의 결정에 따르지 않고 그냥 밀고 나가려는 생각을 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선교사님들의 공통적인 애로사함은 선교팀이 고집스런 열심으로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가면, 남아 있는 선교사들은 그 뒤치닥거리를 하는데 너무나도 큰 어려움이 생긴다는 겁니다. 상황과 문화와 현지인도 모르는 단기 선교팀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 중에 하나입니다. 태국인교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태국인교회를 가장 잘 알고, 가장 사랑하는 이선교사님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그리고 이선교사님이 태국인교회에 50인분 전기밥솥과 큰 전기 후라이팬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것들을 구입해서 선물로 가져가려고 합니다. 태국인 형제 자매들에게는 동일하게 선교사님이 제안해 준 품목인 설날 샴퓨 린스 선물세트를 선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 설날에는 태국에서 온 나그네들을 이렇게 돕습니다. 우리나라도 몇 십 년 전만해도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또는 독일로 돈 벌기 위해서 광부나 간호사로 가기도 했었습니다.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다르고, 음식도 맞지 않는 타향에서 돈을 벌면서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렇게 고생하던 우리의 어른들과 형제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고생하고 있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는 절대적인 가난과 어려움의 시기는 지나갔습니다. 요즘은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 사람들이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에 와서 돈을 벌고 번 돈의 많은 부분을 고향으로 송금하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빠듯하게 먹고 삽니다. 몇 십 년 전, 고향을 떠나서 힘겹게 살던 우리 형제 자매들을 도왔던 분들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 도움이 그 분들에게는 큰 힘과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 빚을 우리보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갚아야 합니다. 설날, 고향을 떠나 온 나그네들을 도우러 우리 함께 갈까요? 느낄 수 없었던 큰 기쁨과 행복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