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시리아 난민 구호 현장입니다

by 이도수 posted Mar 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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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배를 마치자마자 자정 비행기에 몸을 싣고 비행기를 세차례를 타고 여기 그리스 북부 데살로니키에 도착했습니다.
24시간이 넘게 걸려서 도착하자마자 먼저 와있던 봉사팀과 함께 난민구호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오다가 공항에서 점심으로 빵을 먹지 않았으면 무지하게 배가 고팠을텐데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난민 현장은 전쟁에서 피난 나온 말 그대로 처참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난민 텐트촌을 이루어서 몇 개 지역에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정확한 숫자를 파악할 수 없어서 그저 수 만 명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들은 정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 가족이 손을 붙잡고 난민선을 타든지 수 백키로의 육로를 걸어왔습니다.
여기까지 오다가 어떤 가족은 붙잡았던 손을 놓쳐서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가기도 했을 겁니다.
다시 잡고 싶은 손을 어디에서 만나 다시 잡을 수 있을지 눈물 흘리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이들은 서유럽을 향해서 가고 있습니다.
가다가 이곳 그리스 북부 데살로니키에서 멈췄습니다.
더 이상 갈 수 없습니다.
그들이 가고 싶어하는 서유럽으로 더는 갈 수 없습니다.
국경이 그들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언제라도 국경이 열리면 그들은 전쟁이 없고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그곳을 향해서 갈 겁니다.
그들이 그곳에 가면 과연 평화와 행복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잘 살아왔던 고향보다는 살만했으면 합니다.

수 만명의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촌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 저기에서 불을 피우고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급을 받기 위해서 길게 늘어선 줄은 어디가 끝인지 모를 정도입니다.

첫날 사역을 마치고 이 글을 쓰는 지금 새벽 시간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어디서부터 도와야 할지, 무엇이 답인지 막막합니다.
그대로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입니다.
빵과 생수와 의복과 생필품을 나눌 뿐입니다.

그들이 가고 싶어하는 그 곳에 그들이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고, 나라를 등지고 왔지만 그들은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겁니다.
그들이 원하는 그곳에 가서 안전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웃으면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정으로 안전하고 행복한 '그곳'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에서 그들도 우리처럼 평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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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진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모진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