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19)는 이곳에서 가장 많은 난민들이 지내고 있는 가장 큰 난민촌으로 갔습니다.
지금까지는 몇 천 명이라고 한다면 이곳은 2-3만 명의 난민들이 있는 지역입니다.
역시 빵, 샌드위치, 음료수, 속옷, 양말, 아기 기저귀, 그리고 생리대를 나누었습니다.
구호물품을 가져와서 나누다보니까 점심 식사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이곳에는 난만들이 UN과 그리스 정부에서 만들어놓은 수용소 같은 대형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난민들은 그것이 없어서든 싫어서든 자기 가족들만의 텐트를 치고 있습니다.
무질서한 수천개의 텐트가 쳐있는 이곳에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하니 안타깝습니다.
바로 앞에 국경이 보입니다.
전에는 없었지만 지금은 날카로운 철조망으로 장벽을 쳐놓았습니다.
몇 발자국만 넘어가면 서유럽으로 갈 수 있지만 더 이상 갈 수 없습니다.
그저 국경만 넘어가면 행복이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로 하염없이 여기서 지내고 있습니다.
혼자서 작은 텐트를 치고 지내는 젊은 남자를 만났습니다.
시리아에서 아내는 폭탄이 터지면서 죽었고 혼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부모 형제는 시리아에 남아 있고 혼자서 나왔습니다.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물어보니 독일로 가고 싶다고 합니다.
아내를 잃어버린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생각하면 제 마음이 아파옵니다.
구호품을 나누다가 길게 늘어선 줄을 바라봅니다.
그 줄을 바라볼 수는 있지만 더 이상의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오고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거기서 저도 멈추어 버립니다.
구호품을 나누다가 눈물이 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또 누가 보면 왜 그러냐고 할까봐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그저 구호품을 나누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일만 할 뿐입니다.
어제 우리 교회 몫으로 생리대 1,000개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한 난민 가정을 위해서 필요한 물품을 샀습니다.
그 가정은 그리스 정부에서 준 숙소에서 머물고 있는데 얼마후면 수용소로 가야 합니다.
수용소로 가든지 아니면 그들이 원하는 서유럽으로 가든지 짐을 담을 수 있는 마땅한 가방이 없습니다.
김수길 선교사님이 큰 가방과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를 위한 가방을 샀습니다.
그리고 11살 먹은 남자 아이 옷 하나도 샀습니다.
그것을 우리 교회 몫으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1,145유로입니다. 우리 돈으로하면 1,527,000원 정도가 됩니다.
선교사님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집니다.
그 가정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선교사님의 얼굴이 환해졌으니 그 난민 가정은 얼마나 좋아할까요?
이제 잠시후면 김선교사님이 목회하는 집시 교회에 갑니다.
그곳에서 주일 예배를 드린 후에 난민 몇 가정을 방문해서 어제 그들을 위해서 장 본 것들을 전해줍니다.
시차도 그렇고 사역 자체가 쉬운 일정이 아닙니다.
이렇게 힘들고 어렵지만 난민들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건강하고 평안하게 구호하고 섬기고서 돌아가겠습니다.
성령으로 충만할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해주세요.
보고싶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