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설립 3주년을 보내면서

by 이도수 posted Jul 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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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은 우리 교회가 설립된 지 3주년 되는 주일이었습니다. 3주년을 맞으면서 예배 행사와 선교와 구제 사역을 했습니다. 선교 사역의 하나로,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중국 장춘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는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처소 교회 지도자들이 모였습니다. 몇 시간씩 기차와 버스를 타고 온 분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그곳에서는 기차와 버스를 며칠씩 타고도 다니는 곳이라서 몇 시간씩 버스와 차를 타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처럼 말씀을 사모하는 처소 교회 지도자들이 있으니 그 땅에 소망이 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함께 간 목사님들과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서 기도하며 오늘 강의할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합니다. 그리고 성경 강해를 통해서 처소 교회 지도자들과 은혜를 함께 나눕니다. 작년에는 두 명이 하루에 세 차례의 강의를 나누어 해보니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그래도 세 명이 나누어서 하니까 작년보다는 나았습니다. 그래도 쉬운 일정은 아니었습니다. 저녁에 빨리 자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 바쁘게 목회를 했었기 때문에 그 분들만을 위한 강의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출애굽기를 설교하면서 받은 은혜 중에서 십계명을 정리하고 다듬어서 그 분들에게 맞게 성경 강해를 진행했습니다. 다른 목사님들은 요한계시록과 마가복음, 그리고 리더십을 강의했습니다. 나는 작은 것을 준비해 갔지만 중국의 처소 교회 지도자들은 너무나 큰 것으로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해하고 도전받고 은혜 받고 깨닫게 되었다는 소감들을 들었습니다. 작년에는 모든 강의를 마치고 그 분들의 소감을 영상으로 담았었는데 이번에는 녹화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작년과는 또 다른 감동과 감사의 눈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성도들과 함께 그 감사의 현장을 볼 수없는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어쨌든 우리 목사님들의 강의는 열악한 환경에서 성경 묵상하고, 설교하고, 전도하는 그 분들에게는 정말 좋은 선물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작은 선물이 그들에게는 큰 것임을 보면서, 오히려 내가 더 감사했고 그래서 미안했습니다. 그 분들에게 장기적으로 신학 서적, 주석, 참고 서적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중국어를 알았다면 중국어 주석이라도 써볼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강의를 마치는 마지막 날에 선교사님이 알고 있는 생활이 어려운 분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내와 헤어지고 혼자 살고 있는 48세의 남자였습니다. 12년간 구두 수선을 하면서 살아왔는데 최근에 폭력배들에게 자리와 돈을 빼앗겼다고 합니다. 살 집도 없어서 허름한 여관방에서 지낸다고 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여관방에서도 쫓겨나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를 기도했습니다. 여관비 한 달 치와 밥 값, 그리고 정해진 구역에서 구두 수선을 할 수 있는 작은 부스와 한 달 임대비를 도우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보니 한 달 여관비와 밥값으로 1천 위안(한국 돈으로 약 16만원)과 구두수선을 다시 하는데 1천 위안이면 될 것 같았습니다. 선교사님에게 2천 위안을 드려서 그것으로 직접 한 달치 여관비와 구두수선 장소 임대비 한 달치도 집행하게 했습니다. 당사자에게 직접 돈을 줄 수도 있지만 선교사님이 집행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이렇게 성도들이 드린 맥추감사헌금 중에서 2천 위안을 집행했습니다. 그 중국 남자분이 감사해하면서 이제부터는 신앙을 떠나지 않고, 하나님을 잘 믿고, 사람들도 도우면서 살겠다는 고백을 했습니다. 보람과 기쁨이 있는 구제 현장이었습니다.

 

지난 주일(7/10) 오후에는 교회설립 3주년 감사예배를 드렸습니다. 몇 달 전부터 어떤 분을 설립감사예배 강사로 초청할지 고민했었습니다. 이 분 저 분이 머리 속에 떠올랐지만 큰 감동으로 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설립감사예배 드리기 몇 주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광염교회의 설립을 위해서 기도 많이 하신 분이 누구일까? 그리고 목사인 나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던 분들을 생각해보다가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나를 낳으시고 길러주신 아버지, 당신의 아들들이 목사가 되기를 기도하셨던 아버지, 45년 이상을 목회하신 아버지, 목자의 마음, 즉 아버지의 마음을 몸소 보여주신 아버지, 나의 아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왔습니다. 한국 나이로 84세나 되신 분이 과연 설교를 하실 수 있을까 염려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도 아버지의 설교를 듣고 싶었습니다. 아버지의 설교를 들어본지가 1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어떤 설교를 하시든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 부탁을 드렸고, 지난 주일 오후 설립감사예배 설교자로 강단에서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그리고 내가 들을 수 있는 아버지의 마지막 설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설교를 녹화해서 영상으로 보관했습니다.

 

우리광염교회가 설립3주년을 보내면서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30주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역동적이고, 감사할 줄 알고, 기쁨과 행복이 넘쳐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로 더욱 건강하게 세워질 것을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