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

by 이도수 posted Nov 1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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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11/11) 나는 아내와 함께 6개월 된 남자 아이를 혼자 기르고 있는 미혼모 가정에 다녀왔습니다. 탈북해서 이제 남쪽에 온지 몇 개월 되지 않은 한*화 자매입니다. 이제 스무살이 조금 넘어서 엄마가 된 앳되어 보이는 엄마였습니다. 남쪽에서 태어났더라면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면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놀고, 여행도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꿈도 키워가야 할 나이입니다. 그런데 한*화 자매는 혼자서 아이를 기르면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매는 "아직은 아이를 기르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요"라고 했습니다. 돈 버는 일도, 기술이나 공부를 배우는 일도 못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아이를 건강하고 평안하게 잘 기르는 것이 가장 소중한 일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작은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나라에서 지급하는 최소한의 수급비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를 잘 키우고자 하는 어미의 마음이 짠하게 느껴졌습니다.


탈북 세 가정을 돕기 위해서 이불 세트, 영양제, 보행기, 아이 옷 등을 마더와이즈 성경공부팀에서 추수감사헌금으로 마트에서 구입해 놓았습니다. 나와 아내는 그 자매에게 아이가 깔고 덮는 이불과 보행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것을 전달했습니다. 요즘 엄마들은 보행기를 새 것을 사는 것보다 대개는 중고를 구입하거나 물려 받아서 씁니다. 그런데 보행기를 요청한 자매는 아이가 타다가 필요한 아이에게 물려주겠다고 합니다. 그 마음도 기특하고 좋았습니다.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자매들이 이 땅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도 건강하고 맑고 바르게 잘 컸으면 좋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사다 준 이불세트로 따뜻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길 기도해봅니다. 다른 두 가정은 김미연 전도사님 팀에서 다녀왔습니다. 허*옥(40대) 자매는 지난 6월에 둘째 아들과 함께 한국에 들어와서 지금은 요양보호사로 일하기 위하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자매는 손자까지 돌보고 있었습니다. 큰 아들 부부가 이혼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며느리가 3세 된 아이를 맡겨두고 집을 나간 상태였습니다. 이*미 자매는 혼자서 5세된 딸을 둔 미혼모입니다. 아이를 동대문에 있는 성당에 맡겨두고 두 주에 한 번씩 데리고 와서 함께 지낸다고 합니다. 이 자매에게 가장 큰 소원은 아이와 함께 사는 것입니다. 딸과 함께 하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하면서 열심히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통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지고 답답해지곤 합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재정도 준비하고 법률이나 시스템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마음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벌써 탈북한 새터민들이 3만 명이 훨씬 넘었습니다. 그들을 통일을 위한 소중한 마중물로 여겨야 합니다. 그들이 이 땅에서 잘 적응하고 정착해서 안정되고 건강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 통일 준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통계적으로 새터민들의 남한 생활에 대한 삶의 만족도를 보면 아직 멀고도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통일이 된 후에 토지와 재산과 법과 문화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정치와 경제와 사회 체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70년 이상 분리되어 살면서 만들어진 정서적, 문화적, 심리적 이질감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준비하고 해나가야 할 것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벌써부터 해왔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면 몰라도, 통일을 바라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점검하고 준비하고 세워가야 할 이슈들이 많습니다.


북한을 탈출해 나온 새터민들이 대한민국에 와서 지내기 위해서는 돈과 먹을 것도 필요하지만,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사랑과 관심을 해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습니다. 교회가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최고의 기관입니다. 신앙과 사랑의 공동체에서 그 역할을 해줄 때에 새터민들이 안정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공부를 하고, 가정을 만들고,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물질적, 정서적, 관계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입양'이라는 단어를 쓰면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유학이나 이민을 가서 외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휴대폰, 수도, 전기, 가스, 텔레비젼, 인터넷을 설치하는 것부터 어려운 일입니다. 아는 사람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초보자는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이제 사랑의 빚을 진 우리가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성도들이 드린 추수감사헌금 중에서 584,270원으로 탈북한 미혼모 세 가정을 도왔습니다. 이 땅이 더욱 더 살만한 곳으로 변했으면 합니다. 우리의 사랑과 관심과 위로와 격려로 이 땅이 그렇게 되어갈 것을 믿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