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 먹은 딸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냥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짓(?)을 해도 그 아이는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물론 잘못된 말과 행동을 하면 잘 타일러서 잘못을 말해주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습니다. 나는 아버지로서 그 모습조차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기쁘고 좋을 수가 없습니다. 목회를 하면서도 내 속에 가장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목회하고 싶다는 바람입니다. 목사는 성도들을 바라볼 때에 성도의 나이가 많든지 적든지 아버지의 마음으로 바라보며 대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마치 내 딸을 바라보면서 예쁘고 사랑스럽게 느끼는 아버지의 마음처럼 말입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5년 동안 목회를 해오면서 이런 저런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1호 교회를 캄보디아에 세운 일, 캄보디아 선교 봉사를 다녀온 일, 원산도 전도봉사와 동해 전도봉사, 그리고 사랑의 집짓기, 국내외 많은 구제와 봉사 등 지금까지 많은 사역들이 있었습니다. 보람되고 의미가 있었지만 바쁘고 분주한 일들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교회를 세우고 사람을 성숙하게 세워야 한다는 것이 부담감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나의 목회를 점검하기 위해서 <감자탕교회 이야기>라는 책을 오랜만에 읽어보려고 집에서 책장을 찾아보았지만 없었습니다. 그래서 구입하는 즉시 컴퓨터에서 읽을 수 있는 e-book을 다운로드했습니다. 내가 14년을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서울광염교회 상황과 그 때까지의 일들을 중심으로 2003년도에 서울광염교회 양병무 집사님이 편집해서 쓴 책입니다. 내가 알고 있고 경험했던 15년 전후의 일들이었지만 너무나 새롭기도 하고 정겨운 추억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현재의 내 모습과 목회를 보니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내가 너무 일 중심과 성과 중심으로 목회하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이었습니다. 교회의 본질조차 잘 모르고 달려오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이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아버지의 마음으로 목회하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이었습니다.
돌아가시지도 않은 아버지에게 재산을 빼앗다시피 받아서 허랑방탕하게 탕진한 성경에 나오는 못난 아들을 아실 겁니다. 그러나 아들을 잊지 못하고 날마다 집 밖에서 기다렸던 아버지를 우리는 돌아온 탕자의 비유를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탕자가 아니라 집을 나간 아들을 기다리시는 아버지입니다. 우리 하나님이 그런 분이십니다. 순종하지 않는 나를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주셨으니 말입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나를 참고 인내하시는 아버지이십니다.
나는 학교도 가기 전의 어렸을 때 한 가지 일을 잊지 못합니다. 무슨 문제였는지는 모르지만, 형과 나는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아버지가 우리를 혼내시려고 회초리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나는 걷어 올린 종아리에 불이 날 것에 잔뜩 긴장해서 눈을 질끈 감고 있었습니다. ‘퍽 퍽 퍽’하면서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는 소리는 나는데 내 종아리는 전혀 아프지 않았습니다. 엄살이 많았던 형도 아프다고 소리치지 않고 있었으니 형도 아니었습니다. 이상해서 눈을 뜬 순간 아버지는 회초리를 들어서 당신의 종아리를 치고 계셨습니다. 나와 형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 때의 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죄송하면서도 깊은 아버지의 사랑으로 남아 있습니다. 내 안에 성도들을 향한 마음이 이런 아버지와 같고 싶습니다. 조금 실수가 있어도 기다려주고, 다소 미숙해도 참아주고, 잘 세워질 때까지 인내하면서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 말입니다.
예배에 조금 늦어도 잊지 않고 찾아 온 성도로 인해서 기뻐하는 아버지의 마음, 봉사하는 것을 싫어해도 교회에 와서 예배하고 밥 먹는 성도로 인해서 즐거워하는 아버지의 마음, 자기 실속만 챙기고 다른 성도들 섬기는 것을 안 하려는 성도조차도 품는 아버지의 마음. 그런데 지금 나를 보니까 재촉하고 촉구는 했어도 진정 품어주거나 참아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기다린다는 이유로 너무 방관(?)만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참아주면 알아서 돌아오겠지하며 참기만 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것을 불편해하고 힘들어했던 분도 있었을 것입니다. 진정한 아버지의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난 성도들에게 믿음을 가져라, 담대 하라, 믿음 없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다그치지 않으렵니다. 다그치고 강요하는 것이 그 사람을 바꾸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저 하나님 아버지는 우리를 사랑하시고 여전히 기다리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 안에 머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책망이 필요할 때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책망도 하려합니다.
우리의 믿음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의 선하심 때문에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광염교회의 담임목사인 내게 아버지의 마음이 풍성하게 넘치도록 기도해주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