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귀찮게 하자

by 이도수 posted Nov 21, 201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주님을 귀찮게 하자 (막 5장)

사람을 귀찮고 번거롭게 하는 것을 저는 좀 싫어합니다.
누가 나에게 대해서도 그렇게 하는 것을 역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안하면서 살려고 합니다.
싫은 소리하면 그 사람을 번거롭게 하는 것이고 불편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보다 그냥 내가 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예로, 아내를 번거롭게 하는 것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가끔 집안이 조금 지저분하면 그냥 내가 치워버리든지 바쁘면 그냥 좀 참고 지냅니다.
그러다가 알아서 할 때가 분명히 있을거라고 여겨줍니다.
큰 잘못한 것이 아니면 스스로 알아서 깨우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내 성격입니다.

성격이 이러다 보니까 때로는 주님께 대해서도 그렇게 하는 경우를 보곤 합니다.
주님을 귀찮게 해드리는 것이 조금은 죄송해서 왠만한 일은 알아서 합니다.
성숙한 사람은 어느 정도는 컸으니까 알아서 해야 한다고 믿고 그렇게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소소한 것까지 주님께 기도하고 받는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왠지 내게는 그것이 자신이 할 일까지도 다 주님께 떠 넘기는 무책임함으로 느껴집니다.

이것은 지금은 어떤 결론은 내리지는 못하겠습니다.
어떤 것이 맞고 틀렸다고 보는 곳보다 서로 다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주님께 기도하며 구할 때, 우리의 태도는 분명해야 합니다.
주님을 어찌보면 귀찮고 번거롭게 해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이 그것을 또한 원하신다고 믿습니다.
회당장 야이로가 예수님께 오셔서 딸을 치료해 달라고 번거롭게 했기에 예수님은 야이로의 집으로 가셨습니다.
야이로의 집으로 가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사건이 있어서 그 여정이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야이로의 집에서 사람이 와서 딸이 죽었음을 고하며 더 이상 예수님을 번거롭게 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 때에, 예수님은 그 말을 무시하시고 야이로에게 두려워말고 믿음을 가지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이 볼 때에 필요 이상으로 예수님을 번거롭게 한 것으로 보았지만, 예수님은 믿음을 가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번거롭게 하는 우리의 마음의 태도는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간절함입니다.
회당장 야이로는 딸이 죽게 되었을 때에 ‘제발 오셔서’(23절) 치료해주실 것을 간청했습니다.
열두해를 혈루증 앓던 여인도 예수님의 옷자락이라도 만져서 낫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 치료받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처지를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었습니다.
간절함이 없으면 당연히 간절한 간구와 기도가 없을 것입니다.
야이로의 딸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워 말고 믿기만 하여라’(36절)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보기에 이미 끝났고 결코 희망이 없고 이제는 죽었다고 느껴지는 상황일지라도,
소망을 버리지 말고 간절함으로 주님께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간절히, 때로 지치고 힘들어도, 언제 응답하실지 앞에 깜깜해도, 또 간절히 기도하길 원합니다.

두번째는 믿음입니다.
회당장 야이로는 ‘손을 얹어 주시면 아이가 건강해지고 살아날’(23절) 것을 믿었습니다.
혈루증 앓던 여인은 믿음으로 주님의 옷자락을 만졌습니다.
주님은 그 여인을 향해서 ‘딸아 네 믿음이 너를 낫게 하였다’(34절)고 여인의 믿음을 칭찬하셨습니다.
주님은 믿음이 없는 우리에게 ‘왜 두려워하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막4:40)라고 꾸중하십니다.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두려워 말고 믿기만 하여라’(36절)고 믿음을 가질 것을 바라십니다.
믿음은 세상을 이기는 유일한 영적 무기 입니다.
에베소서에서 바울은 악한 자의 불화살을 막아 낼 믿음의 방패를 들라고 권면합니다.
믿음이 이깁니다. 믿음이 견고하게 합니다. 믿음이 두려운 세상을 이기게 합니다.

세번째는 내려놓음입니다.
내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주님께 내려놓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이 우리는 내가 하려고 시도해 봅니까, 그러다가 좌절하고 낙심합니까?
혈루증 앓던 여인은 ‘옷에 손을 대기만 하여도 내가 나을 거야’라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의사를 찾아 다니며 괴로움만 당해도 또 의사를 찾아다니던 그 열심을,
돈을 다 써 버렸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자신의 의지를 주님 앞에 내려놓았습니다.
여인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님의 옷자락을 만졌습니다.
회당장 야이로는 예수님을 찾아와 그 발 앞에 엎드렸습니다.
회당장이라는 신분도, 권위도, 자부심도 내려 놓았습니다.
자신이 예수님 앞에 엎드리면 누가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타인의 시선도 내려 놓았습니다.
생각하지 않았다기 보다도 그의 간절함과 믿음이 그렇게 하도록 했다고 해야 할 듯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만이 하십니다. 그렇기에 내려 놓아야 합니다.

간절함, 믿음, 그리고 내려놓음.
주님을 만날 때의 우리의 태도입니다.
주님께 안타까운 심정으로 믿음을 가지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아갑니다.
주님, 불쌍히 여겨주소서.
참으로 불쌍히 여겨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