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by 이도수 posted Aug 1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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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8/9)에는 중국 현지의 지하 교회에 들를 수 있었습니다.

지하 교회라고 해서 땅 속 지하실에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현지에서 허가를 받지 못해서 비인가로 모임을 갖는 교회를 말합니다.

이곳에서는 아주 오래된 허름한 3층짜리 아파트 방 하나를 빌려서 쓰고 있었습니다.

현대식 건물보다는 이런 곳이 보안이 허술하고 감시카메라도 없어서 더 안전하다고 합니다.

물론 큰 길로 나가면 수십 대의 카메라가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들의 안면까지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게 촬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선교사님과 5미터 이상 거리를 두고 뒤를 쫓아가야 합니다.

너무 함께 다니면 그것이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도 허가 받은 현지 교회들도 있지만 선교사들이 모임을 갖는 교회들은 거의 지하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있었던 지하 교회들도 거의 문을 닫았습니다.

현지 체류를 허가받지 못한 많은 선교사들이 추방을 당했습니다.

심지어 한인 교회 목사조차 비자를 내주지 않아서 중국을 나와야 했습니다.

그래서 주변 다른 나라로 옮긴 선교사들도 많습니다.

한국에 잠깐 들어왔다가 중국에서 비자를 내주지 않아서 다시 들어오지 못한 분도 있습니다.

주변에 그런 선교사님들을 만나보신 분도 있을 것입니다.

 

금요일 저녁에는 이곳 지하 교회에서도 한국 교회처럼 금요기도회를 한다고 합니다.

보안 때문에 조심스러웠지만 시간을 조금 내어서 한 번 들러 보았습니다.

지하 교회에는 고작 세 명의 현지 성도들이 있었습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느냐는 질문을 드리자 많이 모일 수 없다고 합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오면 이웃집에서 이상하게 여겨서 공안에 신고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요모임, 금요모임, 그리고 주일모임이 있다고 합니다.

오는 사람들이 똑같지 않다고 합니다.

수요모임에 오는 사람들이 주일모임에는 오지 않아야 한답니다.

그래야 그나마 보안을 유지하며 지하 교회를 계속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제가 이곳을 방문한지 벌써 올 해로 다섯 번째입니다.

벌써 세 번째로 장소가 바뀌었습니다.

이번에 교회 처소를 잡기 위해서 8개월 정도 숨죽이고 기다렸다고 합니다.

워낙 감시가 심하고 추방당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금요일 저녁에 모여서 기도를 함께 했습니다.

선교사님 부부와 세 명의 지하 교인과 저, 이렇게 다섯 명이 기도했습니다.

선교사님 사모님이 기도제목을 불러주고 휴대폰에 녹음된 복음성가를 작게 틀어놓고 기도했습니다.

중국을 위한 기도, 한국을 위한 기도, 중국 복음화와 성도들을 위한 기도, 한국 교회를 위한 기도, 세계 곳곳에 있는 교회를 위한 기도를 했습니다.

개인적인 기도가 아닌 순전히 중보기도였습니다.

저는 놀랐습니다. 그리고 감동받았습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와 한국 교회를 위해서 기도해주는 이들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바쁘고 위험하고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모여서 작은 숫자이지만 기도하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죄송했습니다.

하나님 이들이 있어서 한국 교회는 망할 수 없습니다

이들이 기도해주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한국 교회는 반드시 살아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편하고 쉬운 상황 속에서 자꾸만 기도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중보기도보다는 자신을 위한 기도를 많이 하는 것에 미안했습니다.

이들을 위해서 더 나아가 동남아시아, 몽골, 중동, 러시아, 유럽 그리고 세계 교회를 위해서 기도해야 하는 사명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주일 오전에는 그래도 열 명 이상이 모인다고 합니다.

제가 안식월이지만 선교사님이 조심스럽게 설교를 부탁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안식하려고 왔다고, 그냥 함께 예배만 드리고 싶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 저를 이곳에 보내신 이유 중에서 말씀을 전하시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잠시후에 설교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냥 평소에 말씀 묵상 해오던 것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주일 오전 930분에 모였습니다.

조용하지만 힘 있게 몇 곡의 찬양을 부르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얼마나 힘차게 찬양을 하고 싶을까?

얼마나 소리 높여서 기도하고 싶을까?

얼마나 사랑하는 가족들과 같이 와서 예배하고 싶을까?

얼마나 밖으로 나가서 전도하고 싶을까?

그러나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안타깝고 안쓰럽고 미안하고 죄송스러웠습니다.

그 마음을 설교하기 전에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위로하시고, 격려하시고, 애쓴다고 해주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이 모인 여러분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말했습니다.

민수기22장 말씀을 나누면서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신다고 전했습니다.

하나님을 찾을 수 있는 우리는 은혜 받은 자라고 나누었습니다.

세상의 돈과 재물과 권력과 우상을 구하지 않고 하나님을 구하는 것이 복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을 언제나 살피시고 보호하신다고 전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그들을 보호하시고 인도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복을 받은 하나님의 자녀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은 하나님께서 끝까지 책임지시고 붙잡아주신다고 말씀을 전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교제를 하다가 한 자매의 간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자매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양부모의 손에서 자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두려움과 슬픔과 외로움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자살도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학교를 다니면서 한 친구에 의해서 교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신앙생활이었는데 이곳에 와서 신앙의 안정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과거처럼 힘들고 아프고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신앙 고백을 듣고 그들을 축복해주고 기도해주었습니다.

그 땅에 있는 소망을 볼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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