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사님이 이번 여름에 강원도 인제 전도봉사를 신청하시면서 몇 가지 이유로 가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담임목사와 좀 친해지고 싶어서 신청하셨다고 그러시더군요.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분들과 나는 폭소를 터뜨리면서 웃었습니다. 담임목사가 성도들과 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죄송스러우면서도 권사님의 말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그 권사님이 가끔 나에게 ‘무슨 일을 하는 상황에서 꼭 목사님이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했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나는 전혀 권사님을 지켜볼 수도 없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도 없지만 권사님은 그런 생각을 하시나봅니다. 누군가 나를 본다는 의식이 우리를 다소 경직하게 만들거나, 긍정적으로는 적절한 예의를 지키고 양심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만약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면 안하무인(眼下無人) 이거나 독불장군(獨不將軍) 같은 행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적절하고 균형 잡힌 마음의 태도가 필요한 듯합니다.
서로 대비되는 인물인 엘리 제사장의 아들들과 사무엘이 등장합니다. 엘리의 두 아들인 홉니와 비느하스는 제사장이었음에도 행실이 나쁜 불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엘리의 아들들은 행실이 나빠 여호와를 알지 못하더라”(삼상2:12) 여호와를 알지 못하였다는 말은 하나님과는 별로 관계성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두 제사장은 자기가 삶의 주인 노릇을 하면서 하나님은 전혀 안중에도 없이 탐욕적이며 악한 행위를 했습니다. 백성들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 후에 나누어 먹으려고 고기를 삶을 때에 두 제사장은 갈고리로 가마솥에 찔러 넣어서 걸려 나오는 고기를 빼앗아서 자신들의 배를 채웠습니다. 심지어 하나님께 드리기 전에 동물들의 생고기를 요구하면서 강제로 갈취하는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이들은 하나님을 멸시하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습니다. “이 소년들의 죄가 여호와 앞에 심히 큼은 그들이 여호와의 제사를 멸시함이었더라”(삼상2:17)
사무엘은 여호와의 전에서 엘리 제사장을 모시면서 하나님을 섬기는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사무엘은 어렸을 때에 세마포 에봇을 입고 여호와 앞에서 섬겼더라”(삼상2:18) “아이 사무엘은 여호와 앞에서 자라니라”(삼상2:21) 사무엘을 보면 엘리 제사장의 두 아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무엘이 제사장들이 입는 세마포 에봇을 어릴 때부터 입었다고 기록하는 것을 통해서 그의 삶의 진실함과 순종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사무엘은 ‘여호와 앞에서’ 섬겼으며 자랐습니다. 18절과 21절에서 동일한 단어로 ‘앞에서’라고 기록하고 있지만 히브리어로는 다른 단어입니다. 18절의 ‘앞에서’는 ‘~앞에’ ‘~전에’ ‘face’를 가리키는 말이며 21절의 ‘앞에서’는 ‘함께’ ‘동시에’ ‘더불어’라는 말입니다. 사무엘은 어릴 때부터 ‘하나님의 얼굴 앞에서’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어릴 때부터 그런 영적 분위기에서 지냈습니다. 약간 긴장이나 책임감을 가진 모습이 연상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무엘은 점점 하나님과 가까워지고 친밀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과 함께’하면 하나님과 같은 마음과 심정으로 무엇인가를 동역하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즉 사무엘은 다소 긴장감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을 섬기면서 성장하다가 하나님과의 관계가 더 가까워지고 친밀해지면서 ‘하나님과 함께’하는 모습으로 더 성숙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관찰하시고 바라보시면서 평가하기만 하는 분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시려고 이 땅에 오셨으며 하늘에 올라 가시면서도 우리와 함께 하시겠다면서 성령을 보내주셨습니다.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이를 번역한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 함이라”(마1:23)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으니 그가 또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주사 영원토록 너희와 함께 있게 하리니 그는 진리의 영이라 세상은 능히 그를 받지 못하나니 이는 그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함이라 그러나 너희는 그를 아나니 그는 너희와 함께 거하심이요 또 너희 속에 계시겠음이라”(요14:16~17)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28:20)
하나님은 우리를 멀리서 지켜보고만 계신 분이 아닙니다. 우리와 언제나 함께 하시면서 우리를 지키시고 보호하시고 인도하십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친밀하게 교제하시면서 하나님의 선한 일도 맡기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우리가 쉬고 누리며 하나님과 동역하는 기쁨을 누리게 하십니다.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삶이 귀합니다. 이제는 하나님과 '함께'로 그 관계가 더 깊어지기를 소원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