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기다리시는 아버지

by 이도수 posted Mar 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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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연아야. 수고했다. 정말 고생 많았다. 올림픽 은메달. 한편으로는 속상하지만, 한편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아빠는 정말 고맙다. 아빠가 경기 후 카카오톡으로 보낸 글 봤니. “연아야, 네가 진정한 챔피언이다”라는 말. 마지막 순간까지 그 무거운 압박감에 시달리면서도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 부었잖니. 소치에 가기 전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회 없이 하고 오라고 했던 말, 아빠와 했던 그 약속 지켜줘 고맙다. 언제나 연아 넌 결과를 갖고 탓하거나 하는 아이가 아니었지. 현실을 그냥 인정해 버리고 이러쿵저러쿵 남 탓을 하지 않았어. 조금 속상해도, 마음이 아파도 그냥 속으로 숨기고 참았지. 아비로서 그저 안쓰러운 마음에, 언젠가 한 번 피겨 강국에서 태어나게 해주지 못해 아빠가 참 미안하다고 했는데, 연아 넌 씩 웃고 말았지. 하지만 네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이 행복했다는 걸 알기 바란다. 연아야, 네가 울지 않는 걸 보고 또 한 번 감사했다. 연아 너는 모든 걸 마친 지금 이 순간, 무척이나 홀가분하고 행복할 거야. 네 표정에서 그게 느껴져 아빠도 웃음이 나고 행복했다. 우리 모두 정말 홀가분하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비록 은메달이지만, 우리 마음속에 연아 네가 금메달이다. 그리고 우리는 올림픽 금메달 한 번 따봤잖아? 이젠 연아야,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라. 우린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면 그게 뭐든지 다 따를 생각이다. 한국에 와서 아빠랑 어디 놀러갈지, 맛있는 음식은 뭐 먹을지, 천천히 생각하자. 우리 이제 시간 많으니까. 연아야.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 네가 진정한 챔피언이다"

 

위의 글은 김연아 선수가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은메달에 머문 그 날 아침에, 한 일간지에서 본 김연아 선수 아버지가 딸에게 쓴 편지입니다. 우리 아버지들이 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김연아 선수의 아버지는 그래도 편지를 썼지만, 많은 경우에 말 없이 묵묵하게 지켜보며 기다리시는 아버지들이시지요. 엄마들처럼 자녀들에게 이러쿵 저러쿵 많은 말을 하지는 않지만, 자녀들을 향한 그 마음은 태평양과 같이 넓고, 깊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는 어렸을적 한 사건을 잊지 못합니다.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로 기억합니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형하고 나는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아버지가 우리를 혼내시려고 회초리를 끊어오셨습니다. 나는 걷어 올린 종아리에 불이 날 것에 잔뜩 긴장하고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아버지는 회초리를 들어서 당신의 종아리를 치시기 시작했습니다. 나와 형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혼날 일들을 하곤 했지만, 그 사건을 기억하면서 청소년기와 청년의 때를 그래도 잘 보낸 것 같습니다.

 

돌아가시지도 않은 아버지에게 재산을 빼앗다시피 받아서 허랑방탕하게 탕진한 성경에 나오는 못난 아들을 아실 겁니다. 그러나 아들을 잊지 못하고 날마다 집 밖에서 기다렸던 아버지를, 우리는 돌아온 탕자의 비유를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탕자가 아니라 그래도 아들을 기다리시는 아버지입니다. 우리 하나님이 그런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셔서 아들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너의 아내에게 복을 주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주게 하겠다. 여러 민족의 어머니가 되게 하고, 백성들을 다스리는 왕들이 그녀에게서 나오게 하겠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웃으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나이 백 살 된 남자가 아들을 낳는다고? 또 아흔 살이나 되는 사라가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그러면서 아브라함은 하나님께 말했습니다. "이스마엘이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받으면서 살기를 원하나이다." 하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아니라 너의 아내 사라가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것이다. 아이를 낳거든, 이름을 이삭이라고 하여라. 내가 그와 언약을 세울 것이니, 그 언약은 영원한 언약이 될 것이다. 내가 이스마엘에게도 복을 주어서, 그 자손이 크게 번성하게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몇 차례나 나타나셔서 약속하셨는지 아십니까? 아브라함이 등장하기 시작한 창세기12장부터 세어보았습니다.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내가 이 땅을 너의 자손에게 줄 것이다” “동서남북을 바라보라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줄 것이다” “네 자손으로 땅의 티끌같이 되게 할 것이다” “네 몸에서 날 자가 네 후사가 되리라” “하늘을 우러러 뭇 별을 셀 수 있나보라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내가 이 땅을 너와 너의 자손에게 주노라”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 사이에 두어 너를 크게 번성하게 하리라” “보라 내 언약이 너와 함께 있으니 너는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될지라” “내가 너를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되게 함이니라” “내가 너로 심히 번성하게 하리니 내가 네게서 민족들이 나게 하며 왕들이 네게로부터 나오리라”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 및 네 대대 후손 사이에 세워서 영원한 언약을 삼고 너와 네 후손의 하나님이 되리라” “내가 너와 네 후손에게 네가 거류하는 이 땅 곧 가나안 온 땅을 주어 영원한 기업이 되게 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 이것만해도 벌써 열 번은 넘는 것 같습니다. 갈대아우르에서부터 치면 훨씬 많이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보면, 아브라함의 믿음이 참 대단합니다. 이렇게 여러 차례 말씀하셨지만 믿지 않고 있으니, 참 대단한 믿음의 소유자입니다. 어쩜 이렇게도 철저히 하나님을 안 믿을 수 있을까요? 그런데 하나님은 더 대단한 분이십니다. 이렇게 믿지 않는 아브라함을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가르쳐주시고, 기다리시고, 여전히 말씀하시니 말입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목사인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믿음 없는 삶이 너무 많았습니다. 하나님은 그래도 내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고, 기회를 주시고, 하나님의 일을 맡기셨습니다. 하나님은 내게 기다려주시는 아버지이십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당신이 아브라함처럼 믿음 없는 반응을 해도 하나님은 당신을 기다리십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보시면서 여전히 안쓰러워하시면서, 눈물을 닦으시면서 기다리십니다. 아버지께 믿음을 가지고 돌아 올 때까지 기다리십니다. 아니 믿음이 없더라도, 그저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십니다. 마치 집나간 탕자를 매일같이 동구 밖에 나가서 기다리시는 것처럼, 하나님은 기다리고 계십니다.

 

난 여러분에게 믿음을 가져라, 담대하라, 믿음 없는 사람이 되지 말라 하지 않으렵니다. 그저 하나님 아버지는 우리를 사랑하시고 여전히 기다리십니다. 지금의 자신이 우리의 믿음과 힘과 능력으로 이룬 것입니까? 우리 믿음으로 여기까지 이루었나요? 아닙니다. 하나님이 이루신 겁니다. 하나님이 기다리시고 하나님이 행하신 결과가 지금의 우리입니다. 우리의 믿음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심 때문에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