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일곱 살 먹은 딸에게 삐졌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이 녀석이 무슨 말이 거슬렸는지 내 무릎을 발로 찼습니다. 아빠로서 기분이 안 좋아지더군요. “아빠 발을 그렇게 차면 안 돼지! 어서 잘못했다고 사과해라” 그런데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두 어 차례 얘기했지만 사과는 커녕 집에 들어가자마자 방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는 겁니다. 잘못한 것은 자기이면서 아빠한테 오히려 불만을 표시하는 겁니다. 나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이 뚫어져라 뉴스를 봤습니다. 아내가 베란다를 통해서 방으로 들어가 문을 열었습니다. 나는 딸이 미안하다고 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어느새 나와서 딸은 내 앞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춥니다. 아빠가 먼저 한 마디 해달라는 눈치였습니다. 나는 열심히 뉴스를 보면서 본체만체했지만, 마음은 딸에게 가 있었습니다. 한 30분이 지났을까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딸이 내 앞으로 오더니 구십 도로 인사를 하면서 “아빠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하는 겁니다. 다시 나는 딸과 히히 거리면서 장난치고, 이야기도 하고, 놀이도 하다가 잤습니다.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자녀들 몸에 부모에게 무조건 순종하는 DNA 코드를 삽입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요. 가끔은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을 때에 부모들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고 웃었습니다. 만약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때부터는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가 아니라 주인과 노예와의 관계가 되어 버리겠지요. 하나님과 우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우리 사람에게 순종의 DNA코드 하나 몸에 심어주지 못하실 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그렇게 하지 아니하시고 우리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셨고, 전인격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교제하며 소통하기 원하신다는 것이겠지요.
하나님은 "내가 앞으로 하려고 하는 일을, 어찌 아브라함에게 숨기랴?“ 하시면서 아브라함은 반드시 크고 강한 나라를 이룰 것이며, 천하 만민이 그로 말미암아 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소돔과 고모라의 이야기도 하십니다. 소돔과 고모라에 살고 있는 자들이 엄청난 죄를 저지르고 있는데, 내려가서 그들이 정말 악한지, 아닌지를 살펴서 심판할 것이라는 말씀이셨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소통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합니다. “하나님, 정말로 의인을 악인과 함께 쓸어 버리시렵니까? 그 성 안에 의인이 50명이 있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래도 그 성을 기어이 심판하시렵니까? 의인들을 악인들과 함께 죽게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하실 일이 아닙니다. 세상을 심판하시는 분께서 공정하게 판단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하면서 하소연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소돔성에서 의인 50명만을 찾을 수 있으면 그들을 위하여 그 성 전체를 용서하겠다" 말씀하십니다. 아브라함이 다시 아뢰었습니다. “제가 주님께 감히 아룁니다. 의인이 쉰 명에서 다섯이 모자란다고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나님은 의인 45명만 찾아도, 그 성을 멸하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아브라함이 계속해서 40명, 30명, 20 명, 10명 하면서 숫자를 줄여갔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하소연에 대답하셨습니다. “그들을 위하여 그 성을 멸하지 않겠다”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인격적인 교제와 소통을 하셨습니다. 단순히 하실 일에 대한 선언이 아니라 아브라함을 동역자, 파트너로 여기셨습니다. 종과 노예의 관계가 아니고, 힘 센 권력자와 힘 없는 복종자의 관계가 아니라 인격적인 관계입니다.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고, 알아가는 관계입니다. 본래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습니다. 즉, 하나님의 아이콘입니다. 컴퓨터 바탕화면에 있는 작은 아이콘을 클릭하면 해당하는 프로그램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의 성품을 알 수 있도록 만드셨습니다. 이 세상에는 신들이 자신을 위해서 인간을 만들었다는 여러 가지 창조 신화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성경의 창세기처럼 하나님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사람을 창조했다는 이야기는 매우 독특합니다. 사람이 만든 어떤 신화도 흉내낼 수 없는 진실입니다. 그래서 나는 소중하며, 당신은 소중하며, 그리고 우리는 소중합니다. 사람은 서로 존중하고 인격적인 교제를 나누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착취나 투쟁이나 싸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의인 50명을 찾으면 그들을 위하여 온 지역을 용서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생략되어 있지만, 40명, 30명, 20명, 10명 모두 다 마찬가지로 '그들을 위하여' 멸하지 아니하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바로 이 시대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의인된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의인된 우리를 위하여 가정, 일터, 사회, 교회, 나라를 복 되게 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나를 위하여 내 삶에 부유함, 구원, 회복, 치료를 주실 것입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