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기간에 어렵게 살고 있는 이웃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 며칠 전 무조건 이경아 복지사님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부활절을 맞이하여서 도봉지역에 있는 어려운 가정들을 돕고 싶다는 문자를 드린 겁니다.
몇 차례 해 온 일이라서 한 30가정 정도 독거노인들을 중심으로 쌀을 포함해서 생필품 10만원 정도 섬기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경아 복지사님이 전화를 주셔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목사님, 어려운 한 두 가정에 정말 필요한 것들을 도울 순 없을까요?"
"아~ 예~ 어떤 가정이 있어서 그러세요"라고 물었습니다.
"한부모가정인데요, 엄마랑 딸 둘이서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데요, 고2랑 중2 딸이구요, 엄마는 허리를 다쳐서 일을 못하구요....."
마음이 찡해왔습니다. "그럼 그 집에 한 번 가보죠"
"감사합니다, 제가 메일로 내용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점선 아래는 지은미 서원복지관 사회복지사님이 보낸 가영이(가명)네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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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복지관에서는 올해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가영이와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나영이라는 자매가 있습니다. 가영이네는 한부모가정으로 아버지의 의처증과 가정폭력으로 인해 부모님이 2005년 이혼을 한 후 어머니와 두 자매가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식당일을 하며 어렵게 생활하였는데 허리디스크가 발병되면서 2004년 근로무능력자 판정을 받아 수급자로 선정되었습니다. 가영이는 5세때부터 아토피(건선)를 앓고 있어 현재도 병원을 다니며 약물치료를 받고 있으며 면역력이 약하고 잔병도 많습니다. 가영이네 가정은 수급자가 된 이후에도 수급비 70만원으로 월세와 각종 공과금, 교육비, 생활비 등을 지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여 어머니가 허리디스크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식당일을 하면서 받은 수입으로 교육비나 생활비를 충당하며 생활하였습니다. 하지만 작년부터 어머니의 허리디스크가 악화되면서 허리협착증으로 발병하게 되었고 수술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방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영이네는 8년째 임대주택의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으며 보증금 440만원에 월세 1,450원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반지하로 전체적으로 습하여 곰팡이가 자주 생기며 방안에 물이 약간씩 새어 들어오는 상태로 어머니가 임시방편으로 부분 도배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가영이와 나영이 모두 학령기로 학업에 열중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주거 특성상 학습공간이 부족하고 공간이 좁아 그나마 있었던 책상도 버리고 실질적으로 학업을 할 수 있는 책상도 없는 상태입니다. 깔끔한 성격의 어머니는 아픈 몸임에도 불구하고 곰팡이에 취약한 아토피가 있는 가영이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부분 도배를 하고 깨끗한 중고가구를 얻어 생활공간을 깔끔하게 정리정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습함, 곰팡이, 결로현상, 보일러고장 등)가 해결이 되지 않아 여러차례 LH주택공사에 요청을 하였으나 고쳐주고 있지 않는 상황입니다.
가영이는 집에서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없어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고 집에서는 상을 펴서 공부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생활공간과 공부방 공간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아 효율적인 학습공간 조성이 필요합니다. 주거환경을 개선하여 가영이네 가정이 쾌적하게 생활하고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가영이네 가정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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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영이네 집에 어제(목) 오후에 김신은 전도사님과 복지사 두 분과 함께 가보았습니다.
가영이네 엄마가 그래도 집안을 잘 정돈하고 나름대로 깨끗하게 해놓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습니다.
가영이 엄마는 아이들이 둘이지만 책상은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집도 작고, 방도 작아서 두 개까지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 같긴 했습니다.
가영이네 집에 가면서 마음에 아이들 옷장과 안 방에 들어갈 옷장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복지사님이 안방 장농과 아이들 옷장과 책상에 대한 필요를 얘기했었기 때문입니다.
가영이 엄마는 옷장보다는 그냥 행거를 사다가 놓는 것이 낫겠다고 합니다.
공간도 덜 차지하고 훨씬 효과적으로 옷을 정리할 수 있어서 그렇게 하고 본인이 그 정도는 사서 하겠답니다.
무조건 사달라고 하지 않고 그 정도는 본인이 하겠다는 말이 참 좋게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책상 하나만 해주기에는 부족한 듯 했습니다.
다시 한 번 넌즈시 가영이 엄마한테 물어보았습니다. "정말 필요한 것 없으세요?"
"예, 사실은 제가 쓸 침대가 필요하긴 한데요..."
싱글 매트리스 하나 깔아놓고 가영이와 나영이는 지내고 있고 가영이 엄마는 매트리스 없이 바닥에서 잔다고 합니다.
허리가 아프고, 협착증으로 수술을 받게 되면 올라다닐 수 있는 침대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영이를 위해서는 책상과 의자, 엄마를 위해서는 침대 하나를 하기로 하고 교회로 돌아왔습니다.
가구 총판을 하는 잘 아는 분께 연락을 드려서 종합 카다로그 하나를 받았습니다.
아빠의 마음으로 저와 김신은전도사님이 침대와 책상을 골랐습니다.
안경숙전도사님이 카다록을 여기 저기 뒤적이면서 딸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함께 골랐습니다.
드디어 저녁6시가 넘어서야 최종적으로 골라 주문을 했습니다.
오늘 주문 시간이 넘어서 내일 오전에야 주문이 들어가면 토요일 오후에나 물건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이제 토요일 오후에는 가영이를 위한 책상과 엄마를 위한 침대가 가영이네 집에 들어갑니다.
사랑하는 성도들이 드린 헌금으로 이 일을 행복하게 합니다.
사랑합니다.
-글쓴이 : 이도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