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by 박현덕 posted Apr 11, 200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역대상 3장

역대기에 기록된 사람 중 가장 많은 자녀의 이름이 등장하는 건 다윗입니다. 오늘 본문에 기록된 그의 아들은 이름이 기록된 사람만 19명으로 야곱의 열둘 보다 일곱이나 더 많은 숫자입니다. 이 외에 또 첩의 아들이 있었더라는 말을 참조로 하면 숫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참 많지요. 성경은 이 많은 다윗의 아들을 헤브론에서 낳은 아들과 예루살렘에서 낳은 아들로 구분하여 기록합니다. 이 구분은 단순히 시간적인 구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기록된 이름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꼭 그렇지많도 않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다윗이 헤브론에서 낳은 아들들은 누이 다말을 범한 암논, 이에대한 복수로 암논과 다윗의 아들들을 죽인 다말의 오라비 압살롬, 스스로 높여서 왕이 되려다 실패하여 후에 죽임당한 아도니야 등 훗날 다윗의 통치기간을 얼룩지게 만들었던 인물들이 즐비합니다. 이는 다윗이 예루살렘에서 낳은 아들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낳은 아들들은 예수님의 부계혈통을 이어갔던 솔로몬, 모계혈통의 조상인 나단이 있고 그 외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많은 아들들이 있습니다.

열매를 보고 그 나무를 안다고 하지 않습니까? 아들들의 모습을 보면 헤브론에서의 다윗과 예루살렘에서의 다윗이 무언가 달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이 달랐을까요?

헤브론은 어떤 곳입니까? 팔레스타인에서 가장 높은 도시였던 헤브론은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오래 살았던 동네이지요. 그는 이곳에 막벨라 굴을 사서 가족 묘지로 사용하였고, 아브라함과 사라, 이삭과 리브가, 야곱과 레아가 묻힌 곳입니다. 역사가 요세푸스에 의하면 야곱의 다른 아들들도 이곳에 묻혔다고 합니다. 이곳은 수백년이 흘러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으로 들어오면서 갈렙이 정복한 땅이기도 합니다. 갈렙은 노년의 나이에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라고 패기있는 함성을 지르며 헤브론을 정복합니다. 이곳은 다윗이 시글락에서 아말렉을 무찌르고 취한 전리품들을 친구 유다의 장로들에게 보내는 데 그 가운데 헤브론이 있었습니다. 다윗은 이처럼 역사깊은 장소에서 유다의 왕이 됩니다.

그러나 다윗이 헤브론에서 유다의 왕이 되기는 했으나 아직 이스라엘 전체의 왕이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직은 그의 세력이 이스라엘 전체의 왕이 될만한 힘은 없었습니다. 바로 그 시기에 다윗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왕으로 세움을 받았지만 아직 전체의 왕이 되지 못한 반쪽짜리 왕 다윗. 가장 힘든 도망기를 이겨내고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었지만 아직은 부족했던 이 시기에 다윗은 전적으로 하나님만을 의지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 아닐겁니다. 이에대한 결정적인 단서는 다윗이 그술왕 달매의 딸 마아가와의 사이에서 압살롬을 낳았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는 사울 왕조의 남은 세력과의 대결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아람 왕국 그술왕과 정략적 결혼을 하였고 그 사이에서 압살롬을 낳았습니다. 그 때에 자란 자녀들이 결국 다윗의 통치기간을 어지럽히게 되었습니다.

헤브론에서의 다윗의 시기는 왕권을 이미 얻었지만 아직 얻지 못한 시기입니다. 그 시기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통일 왕국의 다윗의 누림이 달라질 시기였습니다. 다윗은 그 시기의 중요성을 바라보지 못했지만 오늘의 우리는 이미 기록된 역사를 통하여 헤브론에서의 기간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였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의 우리도 헤브론에서의 다윗과 같은 시기를 겪게 됩니다. 이미 얻었지만 아직 다 얻지 못한 시기입니다. 영적인 면에서 보자면 천국을 유업으로 받었지만 천국에서 왕노릇하리라는 약속은 받았지만 아직 완전하지 못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오늘의 하루 하루는 헤브론에서의 다윗의 시기와도 같습니다. 이 시기에 어떻게 싸우느냐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은 예루살렘에서의 삶을 결정짓게 됩니다. 오늘 하루의 삶이 영원한 하늘나라에서의 누림을 결정짓게 됩니다. 가느냐 못가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가는 것은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누림의 차원은 다릅니다. 마치 그것은 고린도전서 15장에 나오는 것처럼 해와 달과 별들의 영광이 다르듯이 천국의 누림은 다릅니다.

헤브론에서의 다윗의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왕국을 얻을 일에 스스로의 욕심이 앞서서 자신의 힘의 약한 부분은 이방 왕과의 정략결혼을 통해서 채우려고 했지만 그것이 결국은 자신이 낳은 다른 아들마저도 죽이게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늘 천국을 경험하며 살지만 무언가 부족한 현실 속에서 헤브론의 다윗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순종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으시길 소원합니다. 오늘 하루의 삶에 있어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믿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하루가 되길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