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을 말하기 전에 정감있게 말하기

by 이도수 posted Aug 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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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 살아야 합니다. 정직은 사람에게 매우 필요한 덕목 중의 하나입니다. 정직한 사람이 잘 되고 성공해야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직하게 살아갈 때 마음도 편하고, 정직이 결국은  그 사람을 보호하게 됩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면 당장은 어려움을 모면할 수 있고, 혼날 것도 안 혼나고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거짓은 드러나게 되면서 더 큰 수모를 당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거짓보다는 정직이 필요한 지금 시대입니다.


그런데 인생을 살아가면서 정직하게 살아야 하지만, 정답을 말하면서 사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정답을 말하기 전에 정감 있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부부 간에, 부모와 자녀 사이에, 동료들끼리 정직하고 솔직하게 말한다고 하면서 상대방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는 일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정확한 정답이라고 하더라도 듣는 당사자에게는 힘들고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서양적인 사고에서는 정답을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정감 있게 말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정감 있게 말하면 상대방은 스스로 정답을 깨닫게 되고, 조금 후에 상대방이 정답을 표현하더라도 훨씬 받아들이기 쉽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의 관계는 더욱 좋아지고, 끈끈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라헬은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으로 인해 언니를 시기하게 되고 야곱에게 말합니다. “내게 자식을 낳게 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죽겠노라” 야곱이 라헬에게 화를 내면서 말합니다. “그대를 임신하지 못하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신데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겠느냐” 야곱은 자신은 하나님이 아니며 하나님을 대신할 수 없다고 정확하게 대답합니다. 야곱의 대답은 정답입니다. 옛날 말에도 ‘하늘이 주셔야 아들을 낳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들 낳는 것은 사람의 영역이 아니라고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야곱이 아내인 라헬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에 정답이 아니라 정감 있는 대답을 먼저 해주어야 했습니다. 아내의 마음을 위로, 격려, 공감해주어야 했는데 야곱은 정답을 말했습니다. 라헬도 몰라서 그 말을 했겠습니까? 그녀도 알지만 힘든 마음을 좀 알아달라는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입니다. 정감 있게 말하는 것보다는 정답을 말하고 싶고, 그렇게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만일 직장을 다니는 아내가 퇴근해서 직장 상사를 흉보면서 씩씩거린다면 어떻게 하십니까? “당신이 더 문제야” “당신은 나한테도 그래” “내가 진작부터 알아봤어” 이런 말들은 정답일 수 있습니다. 정답을 말하고 싶어도 우선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그래, 당신 힘들어서 어떻게 해” “그 분 왜 그러실까?” 정답은 나중에 말할지언정 우선 정감 있게 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힘들어하고 있는 동료에게 “거 봐 내가 뭐랬어 하지 말라고 그랬쟎아“ ”시작한 사람이 알아서 잘 해봐“라고 하는 것보다는 우선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럼 더 쉽게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과연 정답을 말한 야곱이 라헬에게 대답한 것처럼 모든 일에 정답대로 살았을까요? 자신은 하나님을 대신할 수 없고, 모든 일은 하나님이 하셔야 한다고 믿으면서 살았을까요? 야곱은 오히려 더 그렇게 살지 못했습니다. 야곱이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인생을 살지 못하고 자신이 하나님을 대신하려고 했습니다.  야곱은 자기가 하나님을 대신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형의 장자권을 팥죽 한 그릇으로 얻어내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장자는 하나님이 정해주신 것인데 야곱은 하나님을 대신하려고 했던 겁니다. 아버지와 형을 속여서 형 에서에게 돌아가야 할 축복을 다 가로챘습니다. 그 축복을 가로챈다고 해서 하나님이 형과 아우를 몰라보고 형에게 돌아갈 복을 아우에게 주실까요? 그렇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야곱은 벧엘에서 하나님의 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나중에 자신에게 되어지는 결과를 보면서 하나님을 믿겠다고 약속합니다. 하나님을 믿기보다는 본인이 하나님을 대신하려는 인생을 살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야곱도 정답대로 살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정답을 말하는 것보다는 우선 정감 있게 말하는 연습이 필요한 듯합니다. 같이 한 번 연습해 보면 어떨까요? 남편이 “나 힘들어서 회사 그만 둘래”라고 한다면, 정답은 “정신 좀 차려, 지금 우리 집에 들어갈 돈이 얼만데?”입니다. 그러나 정감 있게 “당신 많이 힘들지, 내가 안마해줄게”라고 말해주면 어떨까요? 아내가 “어깨가 쑤시고 무릎도 아프고 그러네” 그런다면, 정답은 “운동 좀 해라, 맨날 앉아서 먹기만하니까 그러지, 살쪄서 그런거야, 살 좀 빼!!” 그러나 정감 있게 “살림하느나고 힘들지, 내가 주물러줄께”라고 말해주면 어떨까요? 그리고 정답은 나중에 말해도 좋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