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이 왕이 되어서 백성 중에서 삼천 명을 상비군으로 뽑습니다. 그 중에서 이천 명은 자기와 함께 하고, 일천 명은 아들 요나단과 함께 하게 합니다. 그런데 요나단의 군대가 블레셋 국경 수비대를 공격하자 블레셋 사람들이 그 소식을 듣고 화가납니다. 백성들은 이스라엘이 블레셋 사람들의 미움을 사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사울의 소집령에 따라 길갈로 모여서 사울을 따르게 됩니다. 블레셋 사람들도 이스라엘과 싸우려고 모였는데 병거가 삼 만에 기마가 육천이었고, 보병은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아서 셀 수가 없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포위되었고 위급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을 알고는 굴이나 숲이나 바위틈이나 구덩이나 웅덩이 속으로 기어들어가 숨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요단강을 건너 멀리 도망을 가기도 합니다. 사울은 길갈에 남아 있었지만 사울을 따르는 군사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사울은 사무엘의 말대로 칠 일 동안 사무엘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백성들은 사울에게서 떠나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사울과 이스라엘에게 큰 위기가 닥친 것입니다.
사울은 사람들을 시켜 제물을 가지고 오라고 하고서 자신이 직접 번제를 드립니다. 사울이 막 번제를 마치자마자 사무엘이 도착하였고 사무엘은 사울을 호되게 꾸짖습니다. ‘왕이 어찌하여 이런 일을 하셨습니까?’ 사울은 말하기를 ‘백성은 나에게서 떠나 흩어지고, 당신은 약속한 날짜에 오시지도 않고, 블레셋 사람은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제가 하나님께 은혜를 구하기도 전에 블레셋 사람이 길갈로 내려와서 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부득이하여 번제를 드렸습니다’라는 어이없는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사울은 조급한 마음이 들면서 염려와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암몬족속과의 전쟁에서 하나님의 영으로 감동되어 큰 승리를 거둔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사울처럼 조급하면 염려와 두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사울은 하나님께 은혜를 구하지도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그는 하나님께 은혜를 구하는 것을 해보지도 못했으며 방법도 전혀 몰랐습니다. 하나님의 영으로 임하실 때에 반응하기는 했지만, 은혜를 구하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보지는 않았습니다. 창세기를 보면, 형들에 의해 애굽으로 팔려갔던 요셉은 하나님과 함께 한 사람이었으며 그를 형통한 사람이라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약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언제나 성령이 내주하시기에 하나님과 항상 함께할 수 있으며 형통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히4:16) 이 얼마나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이며 사랑입니까!
사울은 사무엘에게 ‘부득이하여’ 자신이 제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지만, 사울은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사울은 하나님의 율법과 신앙을 전혀 몰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사는 제사장이 드려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율법도 몰랐으며 알았다고 해도 그것의 거룩성과 중요함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벨과 그의 제사를 받으셨지만 가인과 그의 제사를 받지 않으신 것처럼, 사울왕은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제사가 아니라 자신의 욕심과 필요를 얻기 위해서 제사 형식을 빌린 탐욕적인 행위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습니다. 마치 엘리의 두 아들인 홉니와 비느하스가 여호와의 법궤를 블레셋과의 전쟁터로 가져갔다가 죽음을 당하고 법궤를 뺏겼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나님을 믿고 신뢰한다는 미명하에 법궤든 제사든 예배든 자신의 목적과 욕심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켜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부득이하여도’ 자신의 논리와 생각으로 하나님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부득이하여도 하나님을 대적하거나 죄를 범하거나 불순종해서는 안 됩니다. 자기 합리화를 해서는 안 됩니다. 사울은 참았어야 했으며, 기다렸어야 했으며, 무엇보다 기도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지혜와 능력을 구하면서 하나님의 영으로 함께 하시도록 간구했어야 합니다. 사울은 부득이하여라고 하면서 자신의 불신앙과 무지와 두려움과 욕심을 덮으려고 했습니다. 사울이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지 않았다면 사울과 사울의 자손이 언제까지나 이스라엘을 다스리도록 하나님께서 영원토록 굳게 세워 주셨을 것입니다.
명령하신 것을 사울이 지키지 않았기에 하나님께서는 진정으로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아서 백성을 다스릴 왕으로 세우게 됩니다. 그는 예수님의 조상이며 예표라고 할 수 있는 다윗입니다. 다윗의 후손으로 예수님께서 진정한 왕이며 구원자로 이 땅에 오시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으로 인해서 우리는 은혜의 보좌 앞으로 당당히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통해서 진정한 순종을 배우게 됩니다. 사랑합니다.